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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사, 저유황유 가격 회복에 ‘안도’ 해운사 ‘스크러버’ 대체엔 긴장의 끈

선박유 가격差 커지며 ‘눈치보기’

정유사, 저유황유 가격 회복에 ‘안도’ 해운사 ‘스크러버’ 대체엔 긴장의 끈
국내 정유사들이 저유황유 가격 회복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스크러버' 변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유사들은 대규모 투자를 통해 저유황유 생산에 나섰지만 작년 코로나19 여파로 가격이 급감한 탓에 큰 손실을 봤다. 최근 수익성이 개선됐지만 해운사들이 스크러버 설치로 대응하면 다시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도 있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선박에 스크러버를 설치하면 저유황유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4일 관련 업계와 선박유 정보제공업체 쉽앤벙커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글로벌 저유황유(VLSFO) 가격은 t당 500달러를 기록했다. 작년 1월 672달러까지 치솟았다가 코로나19 여파로 10월까지 200달러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 3월부터 500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

국내 정유사들은 2020년부터 전 세계 모든 선박은 황산화물(SOx)을 덜 뿜어내는 '저유황유'를 사용해야 한다는 국제해사기구(IMO) 규제를 앞두고 저유황유 생산 설비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2018년 18.2%에 불과했던 국내 저유황유의 생산량 비중은 2020년 69.5%로 늘었다.

저유황유 가격이 다시 오름세를 타면서 정유사들이 실적회복을 점치고 있지만 변수는 남아있다. 바로 '스크러버'다. 스크러버를 설치한 선박은 고유황유를 사용해도 황산화물 배출량이 줄어든다. 스크러버가 저유황유의 대체재인 셈이다. 가격도 60억~70억원 수준으로 저렴하다. 두 선박유의 가격 차이가 100달러가량 차이를 둔 채 1년 6개월을 유지하면 스크러버 설치 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 HMM(옛 현대상선)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전체 선박 80%에 스크러버를 설치했다.

하지만 작년에는 두 선박유의 가격 차가 50달러대까지 떨어지면서 해운사가 굳이 스크러버를 설치할 필요가 없었다. 설치 비용, 기간 등을 따져봤을 때 조금 비싼 저유황유를 사용해도 큰 손해가 나지 않아서다.
올해 들어 두 제품 가격의 차이가 다시 100달러를 넘기면서 해운사들이 스크러버를 택할 유인이 커지고 있다. 스크러버 설치 비율이 높아질수록 저유황유 수요가 다시 줄어들 가능성도 여전하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저유황유 수요가 서서히 회복되고 가격도 오름세를 타고 있다"면서도 "해운사와 정유사들이 극심한 눈치 보기를 하고 있다.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