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가 본 오세훈 부동산 공약
시장이 만든 층수제한 풀 수 있어
5년 내 30만가구 이상 공급 가능
용적률 완화 與 장악한 市의회 몫
재건축이익환수 완화도 복병 많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사실상 '부동산대첩'으로 압축되면서 여야 후보들의 부동산 관련 공약의 실현 가능성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 공약을 분석한 결과 공통분모인 '재건축·재개발 활성화' '35층 건축규제 완화' '5년 내 30만가구 이상 공급' 등은 추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진단했다. 반면, 오 후보가 내세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완화'나 '부동산 공시가격 동결', 박 후보의 '반값 아파트 공급'은 공약(空約)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서울시장의 권한 밖이라는 지적이다.
■30만가구 공급 "실현 가능성 높다"
7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부동산 전문가들은 여야 유력 후보들이 공통적으로 내건 주택공급 확대와 35층 층수 규제 완화 공약은 실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전문가들은 35층 층수 규제 완화 가능성을 가장 높게 판단했다. 애초에 서울시장이 만든 규제인 만큼, 완화도 서울시장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지역에 따라 우선순위는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3040 서울플랜에서 35층 룰만 깨더라도 내년에 있을 4년 임기 시장선거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성과가 될 수 있다"며 "임기 내 성과를 내지 못하더라도, 노력한다는 의지만 보여도 내년 선거에서 유리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도 "두 후보 모두 35층 규제를 풀겠다고 했고 실현 가능성도 높다"면서도 "강남보다는 강북 위주로 사업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5년 내 30만가구 이상 주택공급 확대 공약에 대해서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다만 짧은 임기와 지역적 배분을 고려한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공급 확대는 부동산 시장에 긍정적 시그널을 줄 것"이라면서도 "1년 남짓한 임기 기간에 당장 공급을 확대하긴 어렵다"고 전망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공급확대를 통한 부동산 안정 기조는 언제든 찬성"이라면서도 "공급확대 공약이 단기 집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는 만큼 균형발전과 양극화 해소 방안도 고려해 지역적으로 물량을 배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초환·공시가 조정 "권한 밖"
용적률 완화는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실현 가능성이 엇갈렸다. 서울시는 일반주거지역의 용적률을 최대 250%로 적용하고 있는데, 국토계획법상 상한 용적률인 300%보다 낮기 때문이다. 또 용적률을 완화하지 않더라도 개별 구역의 용도지역·지구를 상향하는 방식으로 더 높은 용적률을 줄 수도 있다. 다만, 여당이 장악한 서울시의회의 의결을 거쳐 조례를 변경해야 하는 사안이라 야당 후보 당선 시 실현 여부는 미지수다.
재건축이 속도를 내기 위한 첫 관문인 안전진단 완화도 전문가 의견이 엇갈렸다. 서울시장의 권한 밖이라는 의견과 변화된 시류를 통한 간접적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이 공존했기 때문이다.
백준 J&K도시정비 대표는 "정밀안전진단은 서울시장 권한으로 직접 컨트롤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라며 "국토교통부에서 고시한 재건축 정밀안전진단 기준이 개정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윤지해 부동산114 책임연구원은 "6월부터 안전진단 규제가 바뀌며 2차 안전진단에서 시·도지사 권한이 강해진다"며 "시민들이 도심 공급을 원하는데 안전진단이 계속 막히면 정부에서도 부담이 커, 결국 절차 간소화 등으로 추세가 변할 여지가 크다"고 예측했다.
오 후보가 제시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완화는 재건축 활성화에 가장 강력한 정책이지만 서울시장의 재량이나 권한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내기 위한 최대 복병은 안전진단이 아니라 재초환"이라며 "중앙정부 협의와 국회 입법이 필요한 부분이 많아 협력이 필수"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문제가 불거진 공시가격 조정 또한 중앙정부의 권한으로, 서울시장이 개입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재산세는 서울시장의 권한으로 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 책임연구원은 "공시가격은 본래 한국부동산원이 자체 전수조사를 통해 산정하는 것으로, 지자체장은 이의신청을 하는 수단밖에는 없다"며 "재산세는 서초구에서도 50% 감면 이슈가 있었다. 주어진 예산 안에서 서울시장으로 가능하다"고 말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