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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퇴직연금이 '노후 안전판' 되려면

[특별기고] 퇴직연금이 '노후 안전판' 되려면
안정적이고 여유로운 노후생활을 위해선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연금뿐 아니라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사적연금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40년을 납입하더라도 은퇴 전 소득의 40~50%밖에 받지 못하는 국민연금으로는 노후소득을 보장하기에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이런 취지에서 2005년에 기존의 법정 퇴직금제도를 보완하고자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퇴직연금제도는 의무화가 아니라서 15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사업장 도입률은 27.5%(2019년 기준)에 불과하다. 특히 퇴직금 체불 가능성이 높은 30인 미만 사업장의 도입률은 24.3%(2019년 기준)로 대기업에 비해 매우 저조하며, 연금운용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가입근로자는 연금에 대한 지식이나 정보도 아주 부족하다. 더구나 적립금은 지난해에 255조5000억원에 이를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으나 수익률은 2%대로 낮은 수준이다. 이는 퇴직금제도에서 연유된 제도적 특성과 기업의 자금조달 환경 등으로 인해 퇴직연금운용이 노사 및 퇴직연금사업자 등 이해관계자의 사각지대에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근로자가 운용지시를 해야 하는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의 경우 연금수혜자인 근로자는 복잡한 연금제도와 퇴직금과 같은 후불임금이라는 인식으로 퇴직연금의 운용을 방치하고 무관심한 경우가 많다. 퇴직연금을 납입하는 사용자는 기여금 불입만으로 역할이 끝나기에 이미 지출된 기여금에 관심을 둘 유인이 낮다. 여기에 퇴직연금 사업자도 운용책임에 대한 부담으로 운용지시가 없는 경우 장기투자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전체 적립금의 89% 이상을 단기로 갱신되는 원리금보장 상품으로 운용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퇴직급여수령도 연금이 아닌 일시금 수령이 2020년 기준 71.6%에 달해 연금으로서 목적이 퇴색되고 있기도 하다.

이런 배경에서 30인 이하 중소기업을 위해 근로복지공단이 퇴직연금기금을 만들어 운용할 수 있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개정안'이 지난 3월 하순에 국회를 통과한 소식은 반길 만하다. 이제 근로복지공단이 30인 이하 사업장의 퇴직연금을 모아 기금을 구성하고, 노·사·전문가로 구성된 기금운용위원회가 자산을 운용하게 된다. 이로써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인사·노무전담자 부재와 행정적 부담으로 효율적으로 운영이 어려웠던 퇴직연금관리를 관리부담을 덜면서 기금화·대형화를 통해 국민연금 등 대형연기금에 준하는 공적 퇴직연금운영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또한 자산운용전문성과 규모의 경제효과가 커져 수익률도 높아질 것이고, 근로자의 선택권도 더 확대될 것이다. 여기에 더해 근로자는 근로복지공단에서 제공하는 수수료 할인혜택과 연기금 수준의 전문적 자산관리를 받아 수급권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들은 아직 남아있다.
DC형 퇴직연금 가입자가 운용방법을 선택하지 않은 경우 노사가 사전에 정한 방법으로 운용하는 디폴트옵션 도입 등 적립금 운용의 수익률 제고 및 합리적 자산운용을 위한 제도개선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세제혜택 확대 등 퇴직연금 가입을 유인하는 방안도 모색돼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은퇴 이전에 중도해지를 어렵게 하고 장기적립 유도를 통해 고령화 시대에 퇴직연금이 노후소득을 책임지는 '준공적 연금'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 영국, 호주 등 연금선진국처럼 국내 연금시장의 한 축으로 굳건히 자리매김하도록 해야 한다.

강순희 근로복지공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