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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아레즈에게 니퍼트가 느껴진다 [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수아레즈에게 니퍼트가 느껴진다 [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LG 트윈스의 새로운 외국인 투수 앤드류 수아레즈 / LG 트윈스 제공
마이애미 대학은 2014년 6월 메이저리그 드래프트서 7명의 선수를 명단에 올렸다. 한 대학으로는 꽤 많은 숫자였다. 그 가운데 6명은 팀을 떠나갔다. 한 명의 선수만 연어처럼 돌아왔다. 예상을 뒤집는 결과였다.

그 선수는 가장 높은 드래프트 순서를 받았다. 계약조건은 98만7800달러(약 11억원). 나쁘지 않았다. 그가 100만달러를 차버리자 주위에선 “미쳤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학위(범죄학)와 다음해 더 좋은 조건을 바라며 이를 거부했다.

앤드류 수아레즈(29·LG)는 이듬해 101만달러에 샌프란시스코 유니폼을 입었다. 수아레즈는 2018년 메이저리그에 올라 7승13패 평균자책점 4.49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듬해부터 불펜으로 강등됐고 올해 1월 LG로 이적했다.

수아레즈는 국내 팀들은 물론 일본의 요미우리 자이언츠까지 탐낼 만큼 좋은 투수다. 국내 무대 데뷔 두 경기서 인상적인 투구를 했다. 지난 6일 KT전서 6이닝을 던져 무실점 승리를 따냈다.

안타 1개와 볼넷 2개를 허용했고 9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현장 반응은 후끈 달아올랐다. LG는 이미 켈리라는 검증된 1선발을 보유하고 있다. KBO리그 3년차인 켈리는 첫해 14승(12패), 지난해 15승(7패)을 거뒀다. 켈리는 개막전서 무난히 승을 기록했다.

수아레즈에게 니퍼트가 느껴진다 [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앤드류 수아레즈 /사진=뉴스1
LG 팬들은 강력한 원투펀치를 원했다. 스아레즈가 6일 켈리를 능가하는 피칭을 과시하자 원정 관중석은 들뜬 분위기였다. 1994년 이후 우승을 맛보지 못한 야광점퍼들은 스아레즈의 다음 경기를 고대했다. 한 번이면 우연이지만 두 번 연속이면 믿음을 줄 수 있다.

11일 잠실 홈경기. 상대는 추신수를 영입한 SSG. 리드 최고의 강타선으로 손꼽힌다. SSG 선발은 올시즌 호조를 보이고 있는 잠수함 박종훈. 수아레즈는 8이닝 무실점의 완벽한 투구를 보였다. 박종훈도 6이닝 무실점으로 잘 던졌지만 이닝 소화에서 수아레즈에 뒤졌다.

투수전 가운데 가장 박터진다는 1-0 경기로 LG의 승리. 이 경기를 이긴 LG는 단독 1위로 치고 나갔다. 수아레즈는 2경기서 2승 14이닝 무실점이다. 탈삼진(18개) 포함 선발투수 전 부문서 1위에 올라 있다.

수아레즈는 좌완이면서 150㎞에 이르는 빠른 공을 던진다.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 등 각종 변화구를 무리없이 스트라이크 존에 꽂아 넣는다. 그가 상대한 두 팀의 강타선을 감안하면 앞으로의 활약도 기대된다.

수아레즈에게 니퍼트가 느껴진다 [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앤드류 수아레즈 /사진=뉴시스
SSG전서 7회 중심타선 세 타자를 모두 헛스윙 삼진 처리한 장면은 백미였다. 특히 4번 최정을 상대로는 딱 3개를 던져 모두 헛스윙을 유도했다. 파울볼조차 한 번 나오지 않았다. 선두타자 3번 최주환에게 7개 공을 던진 것을 포함해 공 14개로 7회를 끝냈다. 12개의 스트라이크 가운데 배트에 스치기라도 한 것은 4개뿐이었다.

두산의 지난 10년은 왕조로 불린다. 10년 동안 우승 3번, 준우승 4번이었으니 그럴 만하다. 두산 왕조의 개국공신을 꼽으면 외국인 투수 더스틴 니퍼트를 빼놓을 수 없다. 2011년부터 7년간 두산에서 뛰면서 두 번이나 우승에 공헌했다.

니퍼트는 30살에 국내로 왔다. 스아레즈(29)와 비슷한 시기다. 최근 두 경기서 수아레즈가 보여준 구위는 니퍼트를 연상시킨다. 마침내 LG도 왕조시대를 열게 되는 걸까.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