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 값에 휘발유 공급받는 알뜰주유소
업황 악화에 일반주유소 업주들 분통
高유가·高마진 시대에 도입된 제도
정부 "연구 용역 실시..연내 대책 마련"
[파이낸셜뉴스]
서울 강서구의 한 알뜰주유소의 모습./뉴스1DB /사진=뉴스1
석유 유통업계에서 도입 10주년을 맞은 알뜰주유소를 둘러싼 갈등이 터져 나오고 있다. 독점적 지위를 구가하던 주유소의 판매 마진을 끌어내리기 위한 당초 취지와 달리 현재 저유가와 과당경쟁으로 주유소 업황이 악화된 탓에 일반주유소 업주들의 불만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정부는 곧 연구용역에 착수해 알뜰주유소 정책을 재검토하고 연내 대책을 내놓을 방침이다.
29일 한국주유소협회 전북도회에 따르면 도회 소속 자영주유소 320곳의 업주가 '제4의 알뜰주유소'를 허가해줄 것을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 현재 알뜰주유소는 세 종류다. 석유공사, 농협, 도로공사(고속도로)가 각각 별도의 알뜰주유소를 관리한다. 3월 말 기준 전국 총 1만1304개 주유소 중 알뜰주유소는 1237개(10.9%)에 달한다.
알뜰주유소는 지난 2011년 국제유가가 100달러에 이르던 시절 이명박 대통령의 "기름값이 묘하다"는 말 한마디에 도입된 제도다. 석유공사가 정유사로부터 석유제품을 저렴하게 공급받아 알뜰주유소에 공급한다. 알뜰주유소들은 일반주유소들보다 낮은 가격으로 판매해 가격을 인위적으로 끌어내리겠다는 목표였다.
도입 당시부터 정부가 인위적으로 시장에 개입한다는 비판이 존재했지만, 판매 마진이 높았던 터라 불만이 덜했다. 하지만 작년 코로나19 탓에 주유소 업계의 수익률이 크게 악화한 데다 정부가 알뜰주유소를 대상으로 정책적 지원에 나서면서 누적된 불만이 폭발하게 된 것이다.
전북도회 관계자는 "주유 업계는 리터당 10원만 차이 나도 피 터지는 곳"이라며 "평상시엔 가격 차이가 많아봤자 40원정도 였는데 지난해 200원까지 벌어졌다"고 강조했다. 이어 "휘발유를 한 차 들여오면 2만 리터다. 200원 차이면 400만원을 더 버는 셈"이라며 "가만히 앉아있어도 2명 인건비가 공짜로 나온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달 22일 기준 알뜰-비알뜰 주유소의 고급 휘발유 가격 차이는 약 50원이다.
이같은 잡음이 일면서 알뜰주유소 제도 자체를 다시 뜯어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저유가, 연료에너지 다변화라는 시대적 흐름에 따라 알뜰주유소의 순기능 효과가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지적이다. 전국 주유소 업주들이 모인 석유유통협회도 지난 2월 알뜰주유소 제도의 전면 재검토·폐지를 올해 목표로 내세우기도 했다. 전북도회의 제4알뜰주유소 전환 요구도 제도 자체의 모순을 지적하기 위한 이목 끌기용 카드라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허은녕 서울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알뜰주유소의 효과가 거의 끝나가는 것 같다"며 "새로운 연료가 들어오는 등 시장이 변화하고 있다. 이제 다른 형태의 시장 안정화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주유소 정책 전반을 다루는 연구용역을 추진하면서 알뜰주유소 제도도 함께 종합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전북도회의 주장에 대해 "특정 지역에 알뜰주유소를 대거 만들어 달라는 건 무리한 요구"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알뜰주유소가) 도입 10년이 지났기 때문에 공과를 돌아보고 개선 방향을 살펴보겠다. 곧 용역에 착수해서 이르면 올해 안에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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