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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계좌 발급 몸사리는 은행… 폐업 벼랑끝에 선 중소거래소

은성수 ‘가상자산 비판’ 일파만파
시중은행들 협상에 소극적 태도
4개 대형거래소 외 계좌발급 전무
업계 "평가기준이라도 알려달라"
은행聯 가이드라인 공개도 늦어져

실명계좌 발급 몸사리는 은행… 폐업 벼랑끝에 선 중소거래소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가상자산이)시장에 안들어왔으면 좋겠다"고 공개발언을 내놓은 가운데, 시중 은행들이 일제히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한 실명계좌 발급에 소극적 태세로 전환했다. 이 때문에 특금법에 맞춰 한국인터넷진흥원의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받고 은행들과 실명계좌 발급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던 중소 가상자산 거래소에 일제히 빨간불이 켜졌다. 자칫 오는 9월 이전 실명계좌를 확보하지 못하면 정부의 엄포대로 9월 이후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대량 폐업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 중소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은행의 가상자산 투자용 실명계좌 발급에 대한 투명하고 공정한 기준을 제시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은행들, 실명계좌 발급에 미온적"

26일 사단법인 한국블록체인산업협회는 "중소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개정 특금법에서 요구하는 고객 예치금 분리보관, 자금세탁방지(AML) 시스템 구축,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 등 사업자 신고 요건들을 충족했는데도, 시중은행들이 실명계좌 발급에 미온적이어서 사업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며 "현재 은행에서 제시하는 실명계좌 발급을 위한 평가기준을 맞춘 가상자산 거래소들을 최소한 검토 테이블에라도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지난달 25일 개정 특금법이 시행되면서, 가상자산 사업자는 오는 9월 24일 이전까지 정부에 신고를 완료해야 합법적인 사업이 가능하다. 가상자산 거래소의 경우 시중 은행의 실명확인 가상계좌 확보가 신고 수리 필수요건이다. 현재 국내에는 실명확인 가상계좌를 발급받은 거래소는 빗썸, 업비트, 코인원, 코빗 등 4개 대형 거래소 뿐이다.

중견·중소 규모의 10여개 거래소들이 ISMS 인증을 획득하고 시중은행과 실명계좌 발급 협상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다 현재 ISMS 인증 절차를 진행중인 거래소까지 합치면 그 수는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금융위원회가 가상자산 사업에 곱지 않은 시선을 여과없이 드러내면서 은행들이 일제히 가상자산 투자용 실명계좌 협상에 미온적 태도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한 중견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사실상 협상을 진행한지 5개월이 지났지만, 은행들은 여전히 검토중이라는 형식적 답변만 되풀이해 왔다"며 "정부의 가상자산 단속 강화 발표 이후에는 아예 검토중이라는 답변조차 돌아오지 않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실명계좌 기준이라도 공개해야

당초 특금법이 개정될 때부터 가상자산 투자용 실명계좌 발급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었으나 정부는 "가이드라인은 정부 몫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이 때문에 가상자산 거래를 위한 실명계좌 발급 가이드라인이 공개적으로 마련되지 않으면 모든 책임이 고스란히 개별 은행에 돌아갈 수 밖에 없어, 은행들이 실명계좌 추가 발급을 꺼리게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같은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는게 중견·중소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지적이다.

이 때문에 은행연합회가 실명계좌 발급 및 업무방법에 대한 표준 매뉴얼을 만들겠다고 나섰지만, 최종 가이드라인 공개가 늦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블록체인협회는 이미 실명계좌를 발급받은 4개 대형 거래소의 실명계좌 발급 기준이라도 공개해, 중소·중견 거래소들의 시장 진입 길을 터줘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특금법 시행 전에 이미 실명계좌를 발급받은 대형 거래소들이 어떤 기준으로 실명계좌를 획득했는지 공개하고,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그 기준에 맞춰 실명계좌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해줘야 공정한 시장 환경이 조성된다는 것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미국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가 나스닥에 상장하는 등 가상자산 시장이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반면 국내에서는 가상자산 산업의 생존을 위협하며 시장을 축소시켜가고 있다"며 "가상자산 시장도 경쟁을 통해 사용자 편익을 높일 수 있도록 최소한의 기준이 공개돼야 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srk@fnnews.com 김소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