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삼성을 700배 규모로 키운 고(故) 이건희 회장이 남긴 유산의 60%(약 16조원)가 사회로 환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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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장의 유족들은 삼성 계열사 지분을 비롯 미술품, 부동산 등 26조원대로 추정되는 유산 중 약 16조원 가량을 상속세와 기부·기증 등의 형식으로 사회에 환원키로 했다. 이는 고인이 생전에 남긴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다"는 말을 기리고,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철학을 이어받기 위한 것이라는게 유족들의 설명이다. 상속세와 기부 규모 모두 역대 최대급이다.
28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홍라희 여사,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이 회장의 상속인들은 이같은 내용의 사회환원 내용을 공개했다. 유족들은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인류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기업의 사명이라는 '공존경영'을 강조해온 이 회장의 뜻에 따라 사상 최고의 상속세 납부와 더불어 사회공헌과 미술품 기증 등 사회 환원을 실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지난 1987년 취임 당시 "지금 사회가 우리에게 기대하고 있는 이상으로 봉사와 헌신을 적극 전개할 것"이라며 사회공헌에 대한 확고한 포부와 철학을 공언했다. 이후 그룹의 시가총액은 1조원에서 2020년 682조원으로 성장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유족들은 이달 30일까지 이건희 회장의 상속세를 신고·납부해야 한다. 이건희 회장이 남긴 유산은 삼성전자, 삼성생명 등 주요 계열사 지분이 약 19조원, 미술품이 2조5000~3조원, 한남동 자택 및 용인 에버랜드 부지 등을 합치면 26조원 정도로 추정된다. 유족들이 납부해야 할 주식과 기타 자산에 대한 상속세는 대략 12조원으로 예상된다.
유족들은 이 회장이 남긴 사재 중 1조원은 감염병·소아질병 지원에 기부하고, 2조5000~3조원대의 문화재·예술품들은 모두 국가 기관에 기증키로 했다. 또 19조원 대에 달하는 주식과 부동산 등에 대한 상속세 약 12조원을 5년에 걸쳐 분할 납부키로 했다. 기부와 상속세 등 유족들이 사회에 환원하는 금액은 최소 15조원에서 최대 18조원에 이를 것으로 재계는 예상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이번 상속세 납부와 사회 환원 계획은 갑자기 결정된 게 아니라 그동안 면면히 이어져 온 정신을 계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 관계사들은 기존에 진행하고 있는 사업 외에도 다양한 사회공헌 방안을 추진해 사업보국(事業報國)이라는 창업이념을 실천한다는 계획이다.
재계 관계자는 "천문학적인 상속세를 내고 추가로 유족들이 이 회장의 뜻을 이어 받아 사회환원을 이행한 것은 상속의 새로운 전례가 될 것"이라며 "특히 기부금이 감염병과 소아암·희귀질환 등 의료 시스템의 사각지대에 있는 분야에 쓰기로 한 것이 가장 가치 있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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