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발급 가이드 나왔지만
사실상 거래소 단속 분위기 반영
6월전 실명계좌 확보 쉽지 않아
가상자산 사업자의 자금세탁방지(AML) 의무 법률인 개정 특금법에 따라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오는 9월까지 정부 신고를 마쳐야 하는데, 이의 필수 요건 중 하나인 은행의 실명확인계좌 발급 평가 가이드라인이 마련됐다. 그러나 까다로운 평가 지침과 정부 차원의 단속강화 분위기 때문에 당분간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실명계좌를 확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거래소에 상장된 가상자산의 숫자가 많으면 실명계좌를 받기 어렵고, 다른 거래소와 거래 장부(오더북)를 공유할 경우 은행의 실명계좌 발급 평가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조항이 포함됐다. 또 대주주의 도덕성 문제도 은행의 평가 기준에 포함됐다.
■은행聯, 실명계좌 발급 가이드라인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시중은행들이 가상자산 거래소의 AML 충족 여부를 평가할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주요 은행에 배포했다. 시중은행들이 가상자산 거래소에 실명확인 가상계좌 발급 여부를 판단할 때 참고할 수 있는 항목을 제시한 것으로, 각 은행은 은행연합회 가이드라인을 기초로 자체 내부규정을 마련해 최종 판단을 내릴 계획이다.
은행들의 가상자산 거래소 실명계좌 발급 규정은 새로 실명확인 가상계좌를 발급하려는 가상자산 거래소 뿐 아니라 이미 실명계좌를 발급받은 대형 가상자산 거래소에도 적용하겠다는게 은행들의 입장이다. 개정 특금법에 따라 정부에 신고할 때 기존 실명계좌가 있는 거래소라도 은행의 확인 서류가 필요한데, 이 때 이번 평가항목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은행의 실명계좌가 없는 거래소는 아예 정부에 신고 서류조차 제출할 수 없어 시장 퇴출이 불가피하다.
■상장 코인 多-오더북 공유…불리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 실명계좌 발급 평가기준에는 △오더북 공유 △대주주 자격요건 △취급 가상자산 등이 평가 항목으로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은행 입장에서는 가상자산 거래소가 취급하는 가상자산 종류가 많을수록 위험하다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즉, 100개의 가상자산을 상장한 A 거래소는 평가 점수 2점을 받고 50개의 가상자산을 상장한 B 거래소는 3점을 받는 식이다.
또 오더북 공유에 대해서도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는 게 은행 실무자의 설명이다. 한 시중은행 AML 담당자는 "금융정보분석원(FIU)에선 가상자산 거래소의 오더북 공유를 제한적으로 허용했지만, 은행 입장에서 판단하자면 오더북을 공유한 거래소는 감점 요인이 될 것"이라며 "고객 확인제도를 까다롭게 운영하고 있는 은행에서, 자사 고객 외에 다른 거래소의 고객까지 장부를 공유하는 거래 형태를 용인하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대주주 자격 요건은 현재 대주주가 가상자산 기업에 어떤 위험을 미치고 있는지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당분간 실명계좌 신규발급 어려워"
은행연합회의 실명계좌 발급 가이드라인이 마련됐지만, 평가 기준이 까다로워 거래소들이 평가기준을 충족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또 거래소가 기준을 충족한다 하더라도 당분간 가상자산 거래소에 새로 실명계좌를 발급하겠다고 나서는 은행이 많지는 않을 것이라는게 금융권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정부가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경찰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오는 6월까지 가상자산 불법행위 특별단속에 나서고 있어 그 기간 내엔 은행들도 가상자산과 관련한 이슈를 만들지 않기 위해 최대한 주의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이 때문에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시한인 9월에 임박해 중소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실명계좌 발급 성과가 구체화될 것이라는게 은행 실무자들의 관측이다.
한편 현재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가 20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가운데, 은행의 실명계좌를 발급받아 정부 신고 요건을 갖춘 거래소는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4대 거래소 뿐이다.
srk@fnnews.com 김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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