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의 사퇴로 남양유업이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체제에 돌입한다. 남양유업은 지난 7일 긴급 이사회 결과, 비대위를 꾸려 경영 쇄신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고 10일 밝혔다.
비대위원장은 정재연 세종공장장이 맡았다. 비대위는 경영 쇄신책을 마련하는 한편 대주주에게 소유와 경영 분리를 위한 지배 구조 개선도 요청하기로 했다.
앞서 홍 회장이 지난 4일 회장직에서 물러나고,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었지만 대주주로서 경영에 계속 개입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재 남양유업은 최대주주인 홍 회장의 지분(51.68%)과 부인 이운경 여사를 비롯한 총수일가를 합쳐 지분율이 53%를 넘는다.
아직 비대위 위원들은 선임되지 않은 상황이다. 비대위원장인 정재연 공장장이 위원을 선임할 예정이다. 남양유업 측은 "향후 위원회 구성이 완료되면 위원회가 쇄신·경영혁신안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일 사의를 표명했던 현 이광범 대표이사는 법적 절차에 따라 후임 경영인 선정 시까지 직위를 유지하기로 했다. 이 대표는 지난 2018년 1월1일자로 대표로 선임돼 3년 넘게 남양유업을 이끌어왔다.
한편, 국내에서 소유와 경영이 확실하게 분리된 기업은 KT&G, 포스코 등이 대표적으로 손꼽힌다. 과거 공기업이었으나 민영화된 기업들로, 그만큼 국내에서 소유와 경영이 확실하게 분리되기 쉽지 않다는 방증으로 읽힌다. 전문경영인을 쓰고 있다하더라도 소유와 경영이 분리됐다고 볼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선임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주요 기업들은 기업집단 소속이기 때문에 총수나 총수일가에서 사실 중요한 의사결정이 이뤄진다"며 "자율적으로 기업 내에서 정할 수 있게 된 사항들도 있겠지만 전문경영인이 있다고 해서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케이스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기업분석 전문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남양유업처럼 개인 최대 주주가 회사 주식 지분 50% 이상을 보유한 국내 상장사는 34곳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34개 상장사 중 지난해 매출액(개별·별도 기준)이 가장 많은 기업도 남양유업이었고, 지난해 가장 많은 급여를 받은 최대 주주도 남양유업 홍 회장(15억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nvcess@fnnews.com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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