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봉5구역 개발 방식 갈등
건축규제 완화·국비 250억 지원 등
‘주거재생혁신지구'지정됐지만
"소규모 재건축, 지역발전 어려워"
일부 주민 ‘균촉지구’ 재지정 움직임
서울에서 유일하게 주거재생혁신지구로 지정된 서울 구로구 가리봉5구역의 한 주택가 골목. 차 한대가 겨우 빠져나갈 정도로 주택이 빽빽히 지어져 있다. 사진=김동호 기자
#1. "가리봉5구역은 고지대임에도 불구하고 비만 오면 하수구가 역류해 반지하와 지하에 거주하시는 분들의 고통이 심해요. 우리라도 먼저 개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가리봉 5구역 주민 A씨)
#2. "여긴 워낙 평형이 작은 집들이 많아 집주인 대다수가 다른 지역에 집을 가지고 있는 2주택자들이 많아요. 여기가 개발되면 어느 한 곳을 팔아야 해 반대하는 주민들이 많습니다." (가리봉 5구역 주민 B씨)
정부가 2·4대책 일환으로 서울에서 유일하게 지정한 가리봉5구역 주거재생혁신지구 사업이 시작 전부터 난관에 부딪쳤다. 빠른 개발이 가능한 소규모 주거재생혁신지구와 가리봉 전체를 통합 개발하는 균형발전촉진지구 재지정 목소리가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이다.
1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구로구 가리봉5구역 주민들은 주거재생혁신지구 지정 이후 개발방식을 놓고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빠른 개발을 통한 주거환경 개선이 시급하지만, 최근 가리봉동 일대 균형발전촉진지구(균촉지구) 재지정 움직임이 커지고 있어서다. 국토교통부가 2·4대책에서 내놓은 주거재생혁신지구는 도시·건축규제 완화 등 인허가 우선 처리와 국비 250억원 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가리봉5구역은 당초 지난해 공공재개발을 희망했지만, 도시재생사업지로 묶이면서 배제되자 주거재생혁신지구를 신청했다.
익명을 요구한 주민 C씨는 "도시재생 때문에 공공재개발에서 배제되며 개발이 급해 주거재생혁신지구에 찬성했다"며 "일단 우리 구역부터 개발을 진행하되 균촉지구가 지정된다고 하면 그때 다시 고민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주민 D씨는 "주거재생혁신지구는 가리봉5구역 내에서도 일부 구역만 신청한 것"이라며 "한 구역도 다 포함하지 못하는 개발보다는 가리봉 전체를 균촉지구로 지정해 함께 개발하는 편이 낫다"고 주장했다.
가리봉은 지난 2003년 지역생활권 중심으로 성장 잠재력이 큰 거점지역으로 인정받으며 '균형발전촉진지구'로 지정됐다. 하지만 11년 만인 2014년 창신·숭인에 이어 두 번째로 지구 전체가 해제되며 도시재생사업이 진행됐다.
최근 도시재생사업이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열악한 주거 환경이 개선되지 않자 가리봉 일대 주민들이 연대한 균촉지구 재지정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가리봉4구역의 한 주민은 "같은 가리봉 주민으로 가리봉5구역 주거재생혁신지구 사업을 막을 생각은 없다"면서도 "가리봉은 상업·업무 배후도시에 걸맞은 도로, 교통, 주거 환경 개선이 시급해 균촉지구로 재지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창신동과 구로구 구로1구역 등 다른 도시재생지역들도 주거재생혁신지구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소규모 재건축으로는 지역 발전이 어렵다는 게 그 이유다.
강대선 도시재생폐지연대 위원장은 "도시재생을 하며 도로 확장이 불가능해 불이 나도 소방차가 못 들어오는데, 소규모 재건축을 한다고 도로가 넓어지겠느냐"며 "지역 전체의 안전과 발전을 위해서라도 전체 개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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