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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5000만원 무너지자… "머스크 사기꾼" 투자자 분통 [투기판 된 가상자산시장]

매각 시사 트윗에 시장 투매현상
"가상자산엔 규정·처벌조항 없어"
비트코인 진영서도 말폭탄 비판

비트코인 5000만원 무너지자… "머스크 사기꾼" 투자자 분통 [투기판 된 가상자산시장]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위터 한 줄로 비트코인(BTC)을 포함한 전체 가상자산 시장을 들었다 놨다 하고 있다. 머스크는 지난 2월에는 15억달러(1조7000억원)를 비트코인에 직접 투자했다고 밝혀 비트코인 시세를 이틀 만에 22%나 폭등하게 만들었다. 그러더니 지난 16일(현지시간)에는 비트코인 전량 매각설을 부인하지 않는 것으로 시장을 패닉으로 몰아넣었다. 지난 13일 돌연 전기차 테슬라 결제수단으로 쓰던 비트코인을 결제수단에서 제외한다고 트윗을 올려 이틀 새 가상자산 시장 전체 시가총액을 한달 전 최고점에 비해 25%나 증발시킨 뒤 잇따라 가상자산 시장에 폭탄성 발언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투자자들과 시장 전문가들은 "이 정도면 시세조종"이라며 비판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가상자산 시장에는 시세조종에 대한 규정도 없고, 처벌조항도 없어 처벌하기도 어렵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비트코인 5000만원 깨져

17일 글로벌 가상자산 데이터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에서 비트코인은 4만2668달러(약 4837만원)로 24시간 동안 12% 이상 폭락하며 5000만원 선이 깨졌다. 이날의 폭락은 미국 동부 표준시간 16일 오후 2시48분 @CryptoWhale이라는 사용자가 "테슬라가 보유 중인 비트코인을 버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지금의 비트코인 사용자들은 스스로 자책하게 될 것"이라고 글을 남기자, 머스크가 "정말이다(Indeed)"라고 답한 것이 직접적 원인이다.

머스크의 답변이 무엇에 동의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가상자산 시장은 머스크가 비트코인을 매각할 수 있다는 추측을 부인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했다.

■트위터 한마디로 시장 들었다 놨다

머스크는 지난 2월 8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를 통해 15억달러 규모의 비트코인을 매입했다며 "향후 자산 일부를 디지털자산에 더 투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가상자산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2월 7일 3만9250달러(약 4448만원)였던 비트코인은 머스크 발표 이후 이틀 새 22%나 올라 4만8003달러(약 5440만원)로 급등했다.

지난 4월 26일 머스크는 1·4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지난해 샀던 비트코인 중 2억7200만달러(약 3022억원)어치를 매도했다고 밝혀 '먹튀'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또 지난 13일에는 "비트코인을 테슬라 결제수단에서 잠정 제외한다"고 트윗을 올렸다. 이로 인해 비트코인은 하루 새 1000만원 이상 하락했다. 여기다 결국 비트코인 매각을 시사하는 애매모호한 트윗을 날리면서 시장의 투매현상을 낳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머스크를 향한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한 투자자 게시판에는 "비트코인 가격 올려놓고 대량매도한 뒤 값을 떨어뜨리고 도지코인을 사 모아 다시 시세조종하려는 것"이라며 "머스크 트윗의 반대로 투자해야 한다"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시세조종인데"…처벌조항 없어

머스크가 시장가격에 직접 영향을 미친 것은 가상자산만은 아니다. 지난 2018년 테슬라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을 트위터로 공개한 것이다. 이 때문에 머스크는 SEC에 2000만달러(약 226억원)의 벌금을 냈었다. 또 SEC는 머스크에게 테슬라와 관련된 트윗을 올릴 때는 사내 법무팀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명령했다. 그러나 가상자산 시장에는 시세조종을 규정하는 제도가 없다. 주식시장의 시세조종 조항을 그대로 적용한다는 합의조차 마련돼 있지 않아 머스크의 시세조종 행위를 처벌할 수 없는 허점이 있다.


한편 머스크의 트윗에 시장이 폭락세를 보이자 비트코인 진영에서도 일제히 머스크 발언을 바판하고 나섰다. 기업 차원의 비트코인 투자업체 마이크로스트래티지 창립자 마이클 세일러는 "전 세계는 비트코인과 같은 분권화되고 안전한 것을 필요로 한다"고 머스크 지적을 반박했다. 비트코인 옹호자인 트위터 CEO 잭 도시는 "우리는 비트코인을 더 좋게 만들기 위해 영원히 일할 것"이라며 머스크를 겨냥한 듯 "어떤 한 사람이 가상자산을 바꾸거나 막을 수 없다"고 일침을 놨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김소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