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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국민 의료 선택권 보장 위해 韓醫 실손보험 필요

[특별기고] 국민 의료 선택권 보장 위해 韓醫 실손보험 필요
병원 홈페이지나 원내 게시를 의무화하고 있는 병원급 의료기관의 비급여 비용 공개가 오는 6월부터 의원급 의료기관까지 확대 시행될 예정이어서 적잖은 파장을 낳고 있다. 뿐만 아니라 '매년 의료기관은 비급여에 대한 보고를 진료내역과 함께 보고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까지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해당 정책이 의료기관에 과도한 압박과 행정적 부담까지 지게 하는 것이라며 의료인단체들의 불만의 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처럼 정부가 비급여에 대한 관리방안을 강화한 데는 실손의료보험이 큰 몫을 했다. 원래 비급여는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환자가 전액을 부담해야 하는 항목으로, 실손의료보험에서 비급여 의료비용을 보장하게 되면서 비급여에 대한 환자들의 심리적 부담이 상당히 낮아졌고, 이에 따라 의료기관과 환자 모두 별다른 금액 부담 없이 비급여 진료를 남용하고 있다. 그 결과 실손의료보험은 만성적자에 빠졌고, 실손의료보험 사용수요로 인해 건강보험금 지출도 오르다보니 정부로서는 비급여에 대한 관리를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런데 씁쓸한 것은 모든 의료인단체들이 정부의 이 같은 조치에 한목소리로 반대하고 있는 와중에 한의사단체에는 또 다른 안타까운 속사정이 있다는 점이다. 2009년 금융당국이 실손의료보험 표준약관을 개정하면서 한의 비급여가 실손의료보험 보장범위에서 빠졌다. 실손의료보험에서 제외됨으로써 이를 통해 한의 비급여 진료의 장벽을 낮추기가 불가능해진 한의계로서는 정부의 이번 비급여 관리 강화방안에 "정책에서는 소외시켜놓고 책임은 똑같이 지라고 하느냐"고 반발할 수밖에 없다. 실손의료보험 보장이 안 되다보니 일일이 환자에게 비급여 진료를 설명하고 설득하고, 고지하는 노력을 해야 하는 한의사들에게 추가적으로 행정부담까지 지게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이 한의계의 입장이다.

실손의료보험이 민간보험이기에 보건당국이 아닌 금융당국이 관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실제 사용은 의료현장, 즉 보건당국의 감독 아래 이뤄지다 보니 정책 추진·관리에 의도치 않은 빈틈이 생기고 있다는 지적도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보험설계 자체가 의료종별을 구분하고 있는데, 그로 인해 파생된 비급여 관리정책은 그런 점을 반영하지 못하는 맹점을 꼬집고 있는 것이다.

'양방은 적용, 한방은 배제'라는 실손의료보험 보장성의 불균형으로 인해 국민의 의료선택권은 제한받고 거의 반강제적으로 한쪽 종별만 선택하도록 강요받고 있는 보건의료 현장의 현실을 금융당국도 인지하고 보험정책에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보건당국 역시 이런 민간보험 보장성 불균형을 인지하고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은 후에 적절한 비급여 관리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타당하다.

올 7월부터는 4세대 실손의료보험이 출시되면서 비급여에 대한 제한과 할증 등의 장치가 마련돼 더 안전한 보험상품 설계가 가능해지며, 한의 비급여를 보장하더라도 상품 설계상으로 안전을 기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보건당국과 금융당국이 의료불균형을 해소하고 국민 의료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비급여 관리보다 한의실손보험 적용을 우선 추진해야 할 합리적 근거이자 합당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진호 대한한의사협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