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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 웃돈 주고도 못사"… 가구 시장 '우드 쇼크' 길어진다 [목재 가격 급등에 업계 '비상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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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목재 수요 늘고 생산 급감
공급 제대로 안돼 물량 수급 차질
가구 자재 PB 올해 60%나 올라
인테리어 비용 증가… 집값도 영향

"PB 웃돈 주고도 못사"… 가구 시장 '우드 쇼크' 길어진다 [목재 가격 급등에 업계 '비상등']
'우드쇼크'가 가구·인테리어 업계를 강타하고 있다. 쇼티지(공급부족)로 목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가구 등의 핵심 자재인 파티클보드(PB)를 비싼 돈을 지불해도 제때 구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국제 목재 가격 상승과 수급난이 PB 등의 가격을 끌어올려 가구·인테리어의 비용이 크게 늘고 있지만, 소비자 반발과 판매 감소 우려로 전반적으로 가격에 전가하는 것은 더딘 구조다. 일부 전문가들은 장기화될 경우 주택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가구업계 "PB사고 싶어도 못사"

24일 업계에 따르면 가구 제조 필수품인 PB 가격은 올해 1매(가로 1.2m×세로 2.4m×높이 15㎝의 원판 형태)당 1만3000원까지 폭등해 거래되고 있다. PB가격은 지난 2018년, 2019년, 2020년까지만 해도 8000원대를 유지했다. 지난해와 비교해도 60%가량 치솟은 가격이다. PB의 재료가 되는 러시아제 제재목은 지난 2020년 12월 ㎥당 39만원에서 이달에 ㎥당 54만원까지 치솟아 불과 6개월 만에 38% 상승했다. PB는 가구 제작에 필수재료로 주방, 사무용 가구뿐 아니라 부식과 뒤틀림이 적어 목재의 대체재로 활용되고 있다.

PB가격이 급등한 원인은 코로나19 장기화로 태국과 북유럽 등 수입지역에서 벌목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목재 가격이 크게 상승해서다. 여기에 컨테이너 물류 운임이 30~40% 오르면서 상승세가 가팔라졌다.

더 큰 문제는 수급 차질이다. 수입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품귀현상'을 빚으면서 생산에 차질을 주고 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PB가 없어 MDF합판으로 가구를 제조해 공급하고 있다. PB와 MDF합판은 공통적으로 나무의 섬유질을 추출해 접착제와 섞어 열과 압력으로 가공한 제품을 말한다. MDF합판은 PB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지만 물이 묻으면 변형이 상대적으로 잘 진행되는 게 큰 차이점이다. 인테리어 업계 관계자는 "목자재 가격은 연초 대비 30~50% 인상됐다"며 "제때 공급이 안되고 있어 물량 배정을 받기가 쉽지 않은 게 더 큰 문제"라고 토로했다.

■판매가격 도미노 인상 우려

목재 가격 상승은 인테리어와 가구업계뿐 아니라 주택시장에도 영향을 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 미국주택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 12개월 동안 3배나 급등한 목재 가격 때문에 미국의 신규 단독주택의 평균 가격은 3만5872달러(약 4042만원) 상승했다. 신규 다세대주택의 평균 가격도 거의 1만3000달러(약 1465만원) 올라 한 가구가 신규 아파트를 임차하는 비용이 월 119달러(약 14만4820원) 늘어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우드쇼크'가 올 연말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로 수출국의 벌목이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 일본 등의 인테리어 수요 급증으로 수급 불균형이 수그러들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목재공업협조합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목재 생산은 줄고 유럽이나 미국, 일본 등에서 싹쓸이해가면서 목재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며 "가격이 30~50% 올랐지만 향후에도 이 같은 오름세가 지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목재 가격 폭등으로 국내 가구·인테리어 업계도 가격인상 등 대응책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한샘은 "올 초 한 차례 가격을 인상한 만큼 추가 인상 계획은 현재까지는 없다"고 전했다. 다만, 국내 가구 업체 몇 곳은 가격인상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kjw@fnnews.com 강재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