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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 국민행복지수와 한국인의 오복

[fn광장] 국민행복지수와 한국인의 오복
사람 인(人) 여덟자를 쓰면 '人人人人 人人人人 사람아 사람아 사람이면 사람이냐, 사람이 사람다워야 사람이지 사람아'라는 뜻이다. 사람이 사람답도록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이 교육기관이다. 사람이 교육기관에 가서 교육을 받는 이유는 행복하기 위함이다.

한국개발연구원이 유엔 산하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국가별 국내총생산, 기대수명, 삶의 질, 사회적 지원 등을 집계한 2021 세계행복보고서를 분석, 한국의 국민행복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중 35위라고 지난달에 발표했다.

한국인들이 전통적으로 추구하는 행복에는 오래 사는 수(壽), 풍요롭게 사는 부(富), 심신이 편하게 사는 강녕(康寧), 덕을 쌓으며 사는 유호덕(攸好德), 그리고 천수를 누리고 죽는 고종명(考終命)이라는 오복(五福)이 있다.

첫째, 수(壽)는 국민행복지수의 '기대 수명'이다. 둘째, 부(富)는 국민행복지수의 '국내총생산(GDP)'이다. 셋째, 강녕(康寧)은 국민행복지수의 '삶의 질'이다.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요소는 일터의 환경과 근무시간은 물론 숨 쉬는 공기의 질을 좌우하는 미세먼지 농도도 포함된다. 넷째, 유호덕(攸好德)은 국민행복지수의 '사회적 지원'을 실천하는 삶이다. 사회적 지원은 개인·조직·국가·국제 차원에서 가능하다. 다섯째, 고종명(考終命)을 나타내는 국민행복지수는 '죽음'이고, 자살률은 고종명을 포기한 지수로 해석할 수 있다. 불행하게도 한국은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이다.

유엔의 국민행복지수 요소가 한국인의 전통적인 오복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수(壽)의 복을 누리려면 맑은 공기와 물과 안전한 식품이 필수적이다. 맑은 공기를 마시는 날보다 미세먼지에 시달리는 날이 더 많으면 건강에 적신호가 온다. 산림이 황폐화되면 공기의 질이 떨어진다. 토양과 바다가 오염되면 맑은 물과 안전한 식품을 구하기 어렵다. 먹거리에 관한 식생활 교육과 자연보존을 위한 환경교육이 필수적이다.

부(富)의 복을 누리려면 공정하고 정의롭게 부를 추구하고 축적할 수 있는 일자리가 있어야 한다. 개인은 자신의 이익과 일터의 이익과 사회의 이익과 자연의 이익이 합치되는 이익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혹여 자신과 일터에만 이익이 되고 반사회적이거나 반자연적인 일을 하게 되면 부가 화로 바뀔 수 있다. 소명으로서 직업관을 정립할 수 있는 직업철학교육과 일자리를 얻고 발전할 수 있는 첨단기술교육이 필수적이다.

강녕(康寧)의 복을 누리려면 심신이 건강해야 한다. 개인이 정신건강과 신체건강을 위해 스스로 연마할 수 있는 정서교육과 체육교육이 필수적이다. 정서교육에는 음악·미술·연극 등 예술교육이 으뜸이다. 유호덕(攸好德)의 복을 누리려면 사회적으로 덕을 베풀어야 한다. 인성교양교육이 필수적이다. 고종명(考終命)의 복을 누리려면 자살하지 말아야 한다.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벗으려면 학교교육은 물론 평생교육을 통해 생명존중교육을 확산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교육, 일자리, 사회적 연결망, 정신건강, 웰빙, 공공기관에 대한 신뢰, 공정, 불평등, 빈곤, 회복탄력성 등 삶의 구조와 질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세계 경제대국 10위에 걸맞게 한국의 국민행복지수를 올리는 데 새롭게 출범할 국가교육위원회가 교육정책 차원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권대봉 인천재능대 총장 고려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