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국가 디지털 대전환 움직임
스마트팜·AI교육·원격진료 등
기술력 앞선 韓기업 적극적 유치
현지 정부 파격 혜택도 매력적
아부다비는 주택·건강보험 지원
K-스타트업의 중동시장 상륙이 이어지고 있다. 중동 국가들이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문화 확산 등으로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투자를 확대하고 농업, 교육, IT 서비스로 미래 성장산업을 다각화하면서 국내 스타트업들이 현지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ICT 기술력으로 무장한 국내 스타트업들에는 오일머니를 캘 수 있는 기회이자 성장의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특히 '중동의 카톡'으로 불리는 아자르의 개발사인 한국의 하이퍼커넥트가 미국 업체에 약 2조원에 인수되면서 스타트업들의 중동시장에 대한 관심은 한껏 고조되고 있다.
3일 업계 및 KOTRA에 따르면 중동지역 대다수 산유국들이 미래 성장산업 다양화를 위해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19 등으로 탈석유 움직임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중동 국가들이 ICT를 활용한 디지털 대전환에 방점을 찍고 있어서다.
대표적으로 △식량안보를 위한 농업 △비대면 시대를 위한 인공지능(AI) 교육 △환자 원격모니터링 의료 등에 대한 스마트 기술 접목 수요가 높아졌다. 이 때문에 중동 현지 대기업들이 국내 스타트업 기술을 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실제 국내 스마트팜 스타트업 엔씽은 지난 17일 아랍에미리트연합 사리야그룹과 300만달러(약 33억원) 규모의 수직농장 구축을 위한 협의를 맺었다. 사리야그룹이 엔씽의 스마트팜 기술력을 도입해 농장 구축에 나선 것이다. 엔씽 모듈형 컨테이너 수직농장은 사물인터넷(IoT) 기반으로 자체 솔루션을 통해 작물의 생장 환경을 제어하는 차세대 스마트팜이다.
김혜연 엔씽 대표는 "중동지역 식량안보에 기여할 수 있는 우호적 파트너로서 협력 가능한 분야 중심으로 기술개발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에는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에서 2000억원 규모 투자를 이끌어낸 뤼이드가 중동 교육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지난 3월 글로벌 교육기업 커넥미에듀케이션과 협업해 중동 5개국에 선보인 미국 대입자격시험인 ACT 전용 AI튜터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학생이 모바일 앱에서 문제를 풀면 AI가 점수를 예측하고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개인화된 학습 콘텐츠를 추천하는 서비스다. 현지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인기가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외국인 환자 유치 플랫폼 하이메디는 중동 환자의 국내 유치를 위한 온라인 플랫폼 기술 고도화로 해외시장을 중동으로 확대하고 있다. 하이메디는 지난 2월 앱을 통한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개시해 중동 환자 유치에 역량을 모으고 있다. 중동 환자가 모바일 버튼 하나만 누르면 삼성서울병원 등 종합병원 9곳 등과 협의해 비대면 진료를 진행할 수 있어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하이메디 관계자는 "코로나19에도 한국 의료에 대한 관심은 여전하다. 비대면 진료를 1차로 받고 향후 환자 유치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동 정부와 현지 기업들의 한국 스타트업에 대한 러브콜과 유치가 이어지면서 중동 진출은 가파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중동 국가들이 제공하는 매력적인 혜택도 한몫할 것으로 보인다.
아부다비투자진흥청(ADIO)의 경우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 '허브 71'을 통해 시드 투자 단계의 글로벌 스타트업에 2년간 무료로 주택, 건강보험, 업무공간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2월 기준, 이미 100개 이상 글로벌 스타트업이 가입한 상태다.
국내에서도 클라우드 플랫폼기업 베스핀글로벌이 허브71과 파트너십을 맺고 현지에 법인 두 곳을 설립하기로 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관석 KOTRA 중동지역본부 본부장은 "과거 중동 국가는 해외 대기업 자국 유치를 위해 노력했다면 최근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스케일업하는 전략으로 변화했다"며 "2014년 저유가 기조로 들어서면서 중동 민간기업들이 새로운 먹거리 발굴을 위해 스타트업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중동 자본과 한국 기술이 시너지를 내면 이상적인 사업모델이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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