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전북 익산
기차역 바로 길건너 중앙동 구도심
500m 자그마한 골목길 사이사이
갤러리·공방 등 들어서며 대변신
삼산의원 자리에 재건된 역사관 등
근대건축물도 놓쳐선 안될 볼거리
왕궁면 보석박물관도 들러볼만
금으로 만든 사리장엄 '하이라이트'
미륵사지석탑에서 찾은 사리통
무형문화재 장인이 1년 걸쳐 제작
문화예술의거리에 있는 익산근대역사관은 1920년대 지어진 옛 삼산의원을 이전, 복원했다. 사진=조용철 기자
【익산(전북)=조용철 기자】 전북 익산의 풍경은 마치 외갓집 같이 언제나 고즈넉하다. 서울에서 기차로 1시간10분이면 당도하는 익산은 금강 바람개비길, 실감나는 교도소 세트장, 반짝이는 보석박물관처럼 온가족 모두의 기억에 오래 남을 보물 같은 여행지로 넘친다. 오가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기차역에는 자연스럽게 상업시설이 들어서면서 거리가 번창한다. 보다 더 많은 기차가 멈출수록 기차역 주변은 한층 활기를 띤다. 호남 철도 교통의 관문이라고 할 수 있는 익산역이 대표적이다. 이같은 이유로 역 건너편에 익산문화예술의거리가 형성됐다. 일제강점기 건축물을 활용한 익산근대역사관부터 젊은 연인들의 데이트 명소, 지역민의 맛집까지 즐길거리와 볼거리가 풍성하다.
전북 익산 중앙동 일대 구도심에 조성된 문화예술의거리는 레트로 감성이 물씬 풍기는 상점과 공방이 즐비하다.
익산아트센터가 운영하는 '고백스타(Go100Star)' 포토존
■'익산의 작은 명동' 문화예술의거리
1900년대 익산에는 신문물이 쏟아졌다. 교회와 성당이 세워지고 일본인이 들어오면서 대규모 농장이 세워졌다. 1912년에는 지금의 익산역인 옛 이리역에 기차가 다니기 시작했다. 익산 문화예술의거리가 위치한 중앙동 일대는 일제강점기에 이른바 '작은 명동'으로 통했다. 일본식 지명인 사카에초(榮町)가 아직까지도 남아 지금도 어르신들은 이곳을 '영정통'이라고 부른다. 8·15 해방 이후에도 기차역 인근 상권은 그대로 남아 익산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신도시가 개발되고 상권이 조금씩 이동하면서 옛도심은 쇠퇴하는 위기를 맞았다. 이에 익산시가 버려지고 낡은 상점들을 문화예술인을 위한 창작 공간으로 빌려주면서 갤러리와 공방들이 문을 열었다. 익산아트센터가 운영하는 테마파크 고백스타(Go100Star)와 함께 익산근대역사관이 들어서면서 거리는 활기를 되찾았다.
익산근대역사관은 1922년 지어진 옛 삼산의원 자리다. 아치형 창문에 이국적인 포치(porch), 화려한 전면 장식이 그 당시에는 상당히 파격적인 건물이었다. 일본인이 지은 건물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독립운동가이면서 의사인 김병수씨(1898~1951)가 지었다고 한다. 일제강점기 당시 서울과 군산 등에서 만세운동을 주도해 옥고를 치르기도 한 그는 삼산의원을 개원해 식민지시대 열악한 의료 환경에 처한 민중을 돌봤다. 한국전쟁 당시엔 부산에서 군의관으로 활약했다. 이처럼 익산근대역사관으로 재탄생한 삼산의원은 근대 익산의 변화상을 한눈에 돌아볼 수 있는 놓쳐선 안될 볼거리 중 하나다.
익산문화예술의거리 한가운데로 들어서면 고백스타의 포토존이 눈길을 끈다. 고백스타는 연인들이 앙증맞은 소품을 활용해 재미난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꾸며놓았다. 프로포즈의 방, 사랑의 감옥 등 테마도 다채롭다. 익산문화예술의거리는 직선거리로 500m 정도 되지만 골목 구석구석마다 아기자기한 이야기를 품은 공간이 여행객을 기다린다.
맛집을 찾아다니는 재미도 쏠쏠하다. 익산의 옛 지명을 딴 '솜리당'에는 제과·제빵 명장이 특산물을 이용해 갖가지 빵을 선보인다. 특히 단팥빵은 한사람이 살 수 있는 개수를 제한할 만큼 인기가 높다. 골목마다 지역 청년들이 운영하는 주점과 카페를 보는 것도 즐겁다.
익산교도소세트장은 성당면 와초리 성당초등학교 남성분교 폐교 부지 위에 세워진 국내 유일의 영화 촬영용 교도소 세트장이다. 그동안 수백여 편의 영화와 드라마가 촬영됐다. 지금도 영화와 드라마가 촬영을 하고 있기 때문에 관람 제한시간을 확인해야 한다. 높은 회색 담장에서부터 철조망, 취조실, 면회실, 독방 등 외형이나 내부시설 모두 실제 교도소와 차이가 없을 정도로 완벽하다. 죄수복이나 교도관 복장을 빌려 세트장을 돌아다니다보면 색다른 체험을 할 수도 있다.
망성면에는 '화산(華山)'이라고 불리는 나지막한 산이 있다. 산세가 너무 아름다워 우암 송시열 선생이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이 아름다운 산 중턱에 나바위 성당이 있다. 화산 산줄기 끝자락에 광장처럼 너른 바위가 있는데 이 너른 바위에서 이름을 따와 '나바위'라고 불렀다고 한다.
익산 나바위성당도 근대 익산의 모습이 남아 있다. 한국 천주교 초기에 세워진 성당으로 1897년에 본당이 세워지고 1907년 건물이 완공됐다고 한다. 한식 건물과 양식 건물의 특색이 어우러져 외관이 수려하다. 성당 뒤쪽으로 난 십자가의길을 따라 화산 정상에 오르면 김대건 신부의 순교비와 만난다. 중국에서 사제 서품을 받은 뒤 1845년 이곳 나루터를 통해 국내에 처음 도착한 것을 기념한 공간이다. 실제로 화산에서 멀리 보이는 금강이 옛스러움을 더한다.
근대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는 나바위성당
보석박물관에서 제일 비싼 만프레드 윌드의 20억원대 작품 '보석꽃'
보석박물관 토파즈 전시품
■인간이 만든 아름다움, 보석박물관
예부터 익산은 보석으로도 유명했다. 원석이 풍부해서 유명했던 것이 아니라 보석 세공술이 빼어났기 때문이다. 철기문화가 번성하고 금 세공술이 발전하면서 탁월한 보석 가공술로 이어졌다.
왕궁면에 위치한 익산보석박물관은 국내 유일의 보석박물관이다. 원석과 보석들이 영롱한 빛을 내며 빼어난 자태로 여행객을 유혹한다. 다양한 광물과 광물이 보석이 되기까지의 전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이와함께 여러 보석을 한자리에서 둘러볼 수도 있다. 보석박물관 내부를 여기저기 둘러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보석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다. 보석으로 다시 탄생하는 수많은 광물의 종류와 다소 생소하게 보이는 보석의 이름까지 상세히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평소에는 쉽게 만져볼 수 없었던 원석을 손에 직접 쥐어 볼 수도 있다.
보석박물관의 하이라이트는 금으로 만든 사리장엄과 보석꽃이다. 사리장엄은 미륵사지석탑에서 발굴된 사리가 담긴 통으로 순금으로 재현한 뒤 전시하고 있다. 중요무형문화재인 김철주 조각장인이 1년에 걸쳐 제작했다고 한다.
독일의 보석세공 작가 만프레드 윌드는 수작업을 거쳐 각종 천연 보석을 재료로 한 보석꽃으로 재탄생시켰다. 어디서도 보기 드문 진귀한 이 보석꽃은 장미수정, 백수정, 연옥 등 천연 보석 2641개로 꽃잎을 표현했다. 꽃잎 안의 수술은 다이아몬드 213개를 사용했으며 금으로 세부 장식을 더해 영롱한 자태를 뽐낸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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