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경남 거제시 드비치GC에서 열린 KPGA코리안투어 데상트코리아 먼싱웨어 매치플레이 32강전에서 승리한 허인회. /사진=K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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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시(경남)=정대균골프전문기자】"매치플레이인데 퍼팅을 왜 그렇게 해?"
아내 캐디의 한 마디 지적에 정신이 번쩍 들었을까. 허인회(34)가 전반 2홀차 열세를 뒤집고 16강 조별리그 진출에 성공했다. 허인회는 4일 경남 거제시 드비치GC(파72)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데상트코리아 먼싱웨어 매치플레이(총상금 8억원) 둘째날 32강전에서 유송규(25)에 2&1으로 이겼다.
이번 대회서도 허인회의 캐디백은 아내 육은채(33)씨가 책임졌다. 연애시절인 2014년부터 남편의 백을 메기 시작한 육씨는 지난 5월에 열린 KPGA메이저급 대회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 결혼 후 첫 우승 기쁨을 만끽했다.
전반 9홀에서 유송규에 2홀 차이로 끌려가던 허인회는 10번홀(파4) 버디로 1홀 차이로 따라 붙어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 때까지 남편의 플레이를 묵묵이 지켜보던 아내의 한 마디에 정신을 차린 것이 계기가 됐다. 경기를 마친 뒤 아내는 "평소와 달리 아무말 하지 않다가 '매치플레이인데 왜 퍼팅을 공격적으로 못해'라고 한 마디 했다. 그랬더니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14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아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는데 성공했다. 상승 모드로 돌아선 허인회는 15번홀(파4)에서 또 다시 버디를 추가해 1홀 차이로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17번홀(파3)에서 버디를 잡아 파에 그친 유송규를 물리치고 16강전 진출에 성공했다.
허인회는 "64강전에서 후반에 힘든 경기를 했던 것이 좀 신경 쓰였다. ‘전반에는 끌려가도 좋다. 후반에 ‘뒷심’을 발휘해서 이겨보자’라는 각오로 플레이에 임했다. 실제로 후반홀에서 많이 이겼다"면서 "샷은 좋았지만 퍼트가 64강전에 비해 잘 따라주지 않았다. 그래도 후반 들어 아내의 지적 한 마디에 정신을 차려 퍼트가 나아졌다. 그것이 승리의 원동력이다"고 했다.
그는 상대인 후배 유송규에 대해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허인회는 "(유)송규가 정말 잘했다. 빈틈이 없었다"면서 "만약 32강전에서 내가 졌다면 (유)송규가 이번 대회 우승을 차지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조별리그 전략에 대해 그는 "매치플레이는 흐름을 잘 타야 한다. 현재 2연승으로 흐름이 좋기 때문에 자신 있다. 조별리그전부터는 하루에 2경기를 하기 때문에 체력이 중요하다. 잘 먹고 잘 쉰 뒤에 조별리그에 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허인회는 죽음의 조로 불리는 A조에서 우승 경쟁을 펼치게 된다. A조 진출자는 1번 시드의 김태훈(36·비즈플레이), 2010년 대회 우승자 강경남(38·유영제약), 64강전에서 문경준(39·NH농협은행)을 누르고 올라온 '다크호스' 이대한(31)을 꺾은 '재미동포' 마이카 로렌 신(25)이다.
이번 승리로 자신의 이 대회 역대 최고 성적인 32강전을 넘어선 허인회 부부는 상승 여세를 몰아 시즌 2승에 도전한다는 각오다. 허인회는 "여기까지 올 줄은 생각 못했다. 이왕 16강전에 진출했으니 남은 매치에서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며 "힘들어 하는 아내를 위해서라도 우승했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밝혔다.
golf@fnnews.com 정대균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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