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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牛汀)과 코오롱, 그리고 한국오픈..30년전 33회 대회부터 후원

故 이동찬 명예회장 유지 이어져
댈리.싱. 파울러.매킬로이 등 출전
양용은.이경훈 등 스타 탄생 등용문 
한국 골프 메카 된 천안 우정힐스CC   

우정(牛汀)과 코오롱, 그리고 한국오픈..30년전 33회 대회부터 후원
코오롱 50회 한국오픈골프선수권대회 우승자인 비제이 싱과 포즈를 취하고 있는 고 이동찬 명예회장. 이 명예회장은 "한국 골프 발전을 위해서 대회 후원을 결코 멈추선 안된다"는 유지를 남기고 2014년에 향년 92세로 타계했다. /사진=코오롱한국오픈대회조직위원회
천안(충남)=정대균 골프전문기자】한국 골프는 세계 최강이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한국 골프의 '요람' 한국오픈을 빼놓을 수 없다. 한국오픈은 1958년 출범 이후 코로나19 여파로 취소된 2020년 대회를 제외하곤 한 차례도 거른 적이 없다.

27일 충남 천안 우정힐스CC(파71)에서 나흘간의 명승부를 마감한 한국오픈은 올해로 63회째다. 2주전에 끝난 35회 한국여자오픈보다 역사가 거의 2배 가까이 길다. 한국오픈이 세계적인 관심을 끄는 내셔널 타이틀 대회로 자리매김한 것은 개최지를 경기도 고양 한양CC에서 2003년 46회 대회부터 현재의 우정힐스CC로 옮기면서다.

1993년에 세계적 코스 설계자인 페리 다이(미국)에 의해 웨스턴 스타일 코스로 개장한 우정힐스는 '물가의 소'라는 의미의 고(故) 이동찬 명예회장의 아호 '우정(牛汀)'에서 이름을 따왔다. 그보다 3년전인 1990년부터 코오롱그룹은 대회의 예산을 책임지는 타이틀 스폰서로 나서고 있다. 대회명이 코오롱 한국오픈이 된 것은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코오롱그룹이 한국오픈 후원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이 명예회장이 1985년~1996년까지 대한골프협회 회장을 역임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 명예회장은 한국오픈을 후원하면서 "죽을 때까지 지원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랬던 이 명예회장은 2014년에 향년 92세로 타계했다.

이 회장은 세상을 떠났지만 코오롱의 한국오픈 후원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오히려 규모는 이 회장의 생전보다 더 커졌다. 첫 후원 때 30만달러였던 총상금액은 50회 대회인 2007년에 10억원으로 늘었고 2017년 57회 대회 때부터 12억원이 됐다가 2년만에 재개된 올해 대회는 13억원으로 늘었다. 우승 상금도 역대 최다인 4억원이 됐다.

코오롱그룹이 간단치 않았던 경제 상황에도 불구하고 후원 규모를 오히려 늘린 건 "한국 골프 발전을 위해 대회 지원을 결코 멈춰선 안된다"는 이 명예회장의 유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우정(牛汀)과 코오롱, 그리고 한국오픈..30년전 33회 대회부터 후원
충남 천안 우정힐스CC 10번홀 티잉그라운드 뒷편 스타트 하우스를 개조해 만든 코오롱한국오픈 기념관. /사진=코오롱한국오픈조직위원회
세계적 선수들이 한국오픈에 출전하면서 우정힐스도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2003년 대회 때는 괴력의 장타자 존 댈리(미국)가 출전해 우승을 차지했다. 2004년에는 '황태자' 어니 엘스(남아공)가 출전, 3위에 입상했고 2006년 대회 때는 레티프 구센(남아공)과 버바 왓슨(미국)이 나란히 첫 한국 방문을 통해 각각 공동 6위와 공동 10위의 성적을 거뒀다.

2007년 대회 때는 '흑진주' 비제이 싱(피지)이 우승, 2008년 대회에는 이안 폴터(영국)와 재미동포 앤서니 김이 출전해 각각 2위와 공동 3위의 성적을 냈다. 2009년에는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국내 대회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 공동 3위에 입상했다.

매킬로이는 이후 2011년 대회와 2013년 대회에도 출전했으나 우승과는 인연을 맺지 못하고 2년 연속 2위에 그쳤다. 2011년 대회 우승자는 리키 파울러(미국)다. 파울러는 이 대회서 프로 데뷔 첫 우승을 거둔 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강자로 부상했다.

한국오픈을 개최하면서 우정힐스CC는 한국을 대표하는 코스로 확실한 자리매김을 했다. 그동안 우정힐스를 찾았던 세계적 선수들의 평가도 있었지만 국내 다수의 매체들에 의해 한국을 대표하는 '톱5' 코스에 수 차례 선정된 것으로 그것은 충분히 입증되고 남는다.

한국오픈은 한국 남자 골프 스타 등용문이다. 우승자 중에 동양인 최초의 메이저 챔프 양용은(49)을 비롯해 남자 골프의 간판 배상문(35), 이경훈(30·CJ대한통운)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 수 있다. 이는 세계 유수의 토너먼트 코스에 버금가는 컨디션을 자랑하는 골프 코스를 한국오픈 개최지 뿐만 아니라 국가대표를 비롯한 유망주들에게 기꺼이 개방해주는 '키다리 아저씨' 우정힐스CC의 배려가 없었더라면 불가능했다.

우정힐스CC의 10번홀 티잉그라운드 뒷편에는 한국오픈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한국오픈 기념관이 있다. 우정힐스CC 이정윤대표는 "스타트하우스를 개조해 기념관으로 만들었다. 우정힐스는 코오롱 한국오픈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하기에 그것을 기리기 위해 작년 봄에 기념관을 개관했다"면서 "우정힐스는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이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코스 세팅에서 지원에 이르기까지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golf@fnnews.com 정대균 골프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