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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 요구 나선 금감원...예비상장사들 IPO 제동 걸린다

[파이낸셜뉴스] 증시 상장을 위한 기업공개(IPO)가 줄을 잇는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잇따라 기업들의 증권신고서를 반려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공모가 고평가 논란 등 기업이 정정을 자초했단 지적도 나오는 가운데 정정이 너무 잦아 금감원의 반려까지 염두에 둬야 한단 반응도 나왔다.

■금감원,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
29일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IPO를 통해 코스피 시장에 상장했거나 상장을 위해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기업 6곳(스팩 제외)중 5곳은 모두 최소 한 차례 이상 증권신고서를 정정했다. 정정 내용은 공모가 수정부터 일정 변경, 공모 자금 사용 내역 구체화 등 다양하다.

코스닥시장까지 포함하면 정정 사례는 더욱 늘어난다. 이들 중엔 단순 자진 정정인 경우도 있지만 정말로 기업의 자의인지는 알기 어렵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자진 정정'이라 해도 사실상 자의가 아닌 경우도 많다"며 "금감원이 정정 요구를 할 것이란 말이 돌면 '정정을 맞는 것'보다는 자진 정정하는 게 모양새가 좋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끊이지 않는 고평가 논란, 공모가 산정 과했나
이 가운데 일각에선 '공모가 거품'이 금감원의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를 자초했단 지적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공모가를 정할 땐 피어(peer·동료)그룹의 기업가치 등을 반영하는데, 이 과정에서 공모가가 과하게 책정됐단 것이다.

실제 코스피 상장을 앞둔 SD바이오센서와 크래프톤은 모두 공모가 재산정에 나섰다.

코로나19 진단키트 등 질병진단기업 SD바이오센서의 당초 공모가 밴드는 6만6000~8만5000원이었다. 그러나 금감원은 SD바이오센서의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을 불과 하루 앞둔 9일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했다. 이에 SD바이오센서는 희망 공모가를 기존 밴드 상단 기준 39%나 낮춰 증권신고서를 다시 제출했다.

국내 IPO 사상 최대 규모인 4조6000억~5조6000억원을 조달하겠다고 나선 크래프톤 역시 지난 15일 금감원의 '퇴짜'를 받았다. 금감원은 크래프톤에 공모가 산정 근거 등을 구체적으로 기재해 달란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스피 예비상장사들에 잇따라 제동이 걸리자 카카오뱅크는 지난 28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며 주당 공모 희망가를 장외시장의 40% 수준으로 제시했다. 카카오뱅크의 공모가 밴드는 3만3000~3만9000원으로 그간 카카오뱅크의 장외시장가는 10만원 수준이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뱅크는 카카오페이와 IPO 일정을 겹치지 않게 하려 할 텐데 정정으로 인해 IPO 일정이 늦어지면 카카오페이도 밀릴 수 있다"며 "최근 크래프톤이나 SD바이오센서 사례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르르' 상장 나선 기업들, 상장 연기도 '우르르'
한편에선 기업들의 ‘IPO 속도전’이 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IPO 흥행을 노리는 기업 입장에선 유동성이 풍부할 때 상장하는 것이 유리한데, 올해 말~내년 초엔 금리 인상 우려 등이 있어 서둘러 나서다 보니 준비가 불충분했단 것이다.

실제 지난 17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라온테크는 4월 8일 한국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하고 하루 만인 9일 증권신고서를 금융위원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라온테크는 이후 다섯 번이나 정정 한 이후에야 본격적인 IPO 절차에 나설 수 있었다.

라온테크처럼 정정으로 인해 상장 일정이 밀리는 경우도 많다. 증권신고서에 효력이 발생해야 IPO 일정 진행이 가능한데 정정 요구를 받으면 증권신고서 효력 기일이 그만큼 늦춰지기 때문이다.

앞서 맥스트와 에브리봇은 각각 지난 22일과 23일에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후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을 진행하려 했지만 두 기업 모두 증권신고서를 정정하게 되면서 상장 시기는 7월 말~8월 초로 밀렸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업들이 서둘러서 증권신고서 제출에 나서다 보니 정정 사례가 많아진 것 같다"며 "다만 정정요구 사항은 대부분 불확실하거나 확인이 필요한 사항을 보충해달란 것이다 보니 어떤 내용이 보충돼야 하는지를 투자자에게 미리 공개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에선 금감원의 정정 요구가 너무 잦다는 불만도 제기된다. 증시 상장을 주관하는 한 관계자는 "IPO 일정 돌입 직전에 정정 요구가 나오면 중소형사의 경우 예기치 못하게 대형사와 겹치는 일도 나온다"며 "최근 정정이 기본으로 들어가다 보니 일부 기업은 정정으로 인해 상장 일정이 밀리는 것까지 감안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jo@fnnews.com 조윤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