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랜디 바스는 일본프로야구(NPB) 최고 외국인 선수로 손꼽힌다. 그와 견줄만한 선수는 많았지만 한신 타이거즈를 우승으로 이끈 공로는 무시할 수 없다. 한신은 1985년 우승을 차지했다. 처음이자 마지막 우승이었다. 그해 랜디 바스는 타율 0.350, 홈런 54개, 134타점으로 타격 3관왕을 차지했다. 바스는 10월 20일 주니치전서 시즌 54호 홈런을 기록했다. 한신이 요미우리전 두 경기만 남겨놓은 시점이었다.
일본프로야구 기록인 시즌 55홈런이 깨질까? 이 기록을 보유한 타자는 오 사다하루(왕정치). 마침 당시 요미우리의 감독이기도 했다. 요미우리 투수들은 바스에게 좋은 공을 주지 않았다. 마지막 경기서는 4개의 볼넷이 쏟아졌다. 모두 연속 볼이었다. 요미우리 포수는 바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오 사다하루의 신기록은 적어도 외국인 타자에 의해 깨어져선 안되는 주술적 의미를 담고 있었다. 2001년 더피 로즈(당시 긴테쓰), 2002년 알렉스 카브레라(당시 세이부)에 의해 타이기록까지 갔으나 끝내 신기록 달성은 실패했다. 이 기록에 가장 가까이 근접한 일본인 타자는 마쓰이 히데키였다.
히데키의 등번호는 55번. 오 사다하루에 대한 존경의 의미를 담은 번호였다. 히데키는 2002년 50개 홈런을 때려냈다. 그의 나이 28살. 한창 물오른 타격감을 감안하면 신기록 작성도 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이듬해 그는 메이저리그로 옮겼다. 마쓰이는 일본 프로야구서 세 차례 홈런왕에 올랐다. 메이저리그서도 그런 일이 가능할까. 마쓰이는 2004년 31개의 홈런을 때려 최고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홈런 순위는 전체 공동 30위에 그쳤다.
스즈키 이치로는 두 차례 메이저리그 타격왕을 차지했다. 하지만 아직 동양인 타자 가운데 홈런왕은 없다. 국내 프로야구서 5번이나 1위에 오른 박병호는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2016년 12개에 그쳤다.
오타니 쇼헤이(27·LA 에인절스·사진)가 29일(이하 한국시간) 시즌 26호 홈런을 터트렸다. 오타니는 이날 뉴욕 양키스와의 원정경기서 1회 선제 솔로홈런을 뽑아냈다. 상대 투수는 우완 마이클 킹. 이로써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22·토론토 블루제이스)와 함께 ML 전체 홈런 공동 1위에 올라섰다.
여태 홈런왕을 차지한 동양인 타자는 아무도 없었다. 이치로가 2001년 메이저리그로 진출할 때만 해도 제대로 해낼지 의문이었다. 상대하는 투수들의 구위가 일본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팀당 162경기(일본 144경기)를 치러야 하는 살인 일정, 장거리 이동에 따른 피로와 시차(미 동부와 서부는 3시간 차이) 등등 극복해야 할 문제가 많았다.
이치로는 첫해 신인왕과 MVP를 동시에 차지해 놀라움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홈런왕은 또 다르다. 절대적으로 힘이 있어야 가능하다. 오타니 쇼헤이는 또 한번 이런 상식을 뒤집고 있다.
오타니는 2도류 선수다. 타격과 투수를 겸하고 있다. 투수 성적은 3승1패. 6승과 3개의 홈런을 더하면 2019년 베이브 루스(29홈런, 9승)의 기록과 맞먹게 된다. 6월 오타니는 11개의 홈런을 때려냈다.
게레로 주니어는 28일 현재 6월 타율 0.382, OPS 1.258을 기록중이다. 오타니는 0.314, 1.299. 이 둘의 경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누가 되든 생애 첫 홈런왕이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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