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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진만 수백억원 차익 챙기는 '정치테마주'...거래소 조회공시 제도에도 허점

[파이낸셜뉴스] 올해 상반기 주식시장에서 최고 상승률을 기록한 종목 대부분은 '정치 테마주'였다. 그런데 이들 종목 중 일부 오너 일가와 대주주는 이 기간 지분 매각 등으로 수십, 수백억원의 시세 차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가 투자자 보호에 나서고 있지만 보통주가 아닌 우선주만 급등한 종목은 조회공시 요구 대상에 빠져 보완이 필요하단 지적도 나온다.

■오너家 등 정치 테마주로 시세 차익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첫 거래일인 1월 4일부터 지난 6월 30일까지 국내 증시를 통틀어 최고 주가 상승률을 기록한 종목은 이스타코였다. 지난해 말 677원짜리 '동전주'에 불과했던 이스타코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장기공공주택 정책 테마주로 꼽히면서 지난 6월 28일 7550원까지 올랐다. 반 년간 상승률은 882.27%에 달했다.

이스타코의 최대주주인 김승제 회장은 지난 6월 29일까지 총 115만주를 장내매도하면서 대거 시세차익을 얻었다. 처분 단가가 주당 7500원이란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고점에 도달하자 매도에 들어갔단 분석이다. 김 회장의 특수관계인이 거둔 차익도 12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같은 '파평 윤씨'라는 이유로 '윤석열 테마주'가 된 NE능률도 마찬가지다. 반 년간 687.35% 상승한 NE능률은 지난 3월 82만주에 달하는 자사주 매각으로 약 200억원의 차익을 실현했다.

대원전선도 '윤석열 테마주'로 분류되면서 주가가 급등, 대주주가 100억원대 시세 차익을 거뒀다. 서명환 대원전선 회장은 지난 6월 21일 보유 주식 124만여주 가운데 100만주를 주당 3307원에 장내 매도했다. 서 회장의 아들인 서정석 전무도 지난 달 두 차례에 걸쳐 300만 주를 매도했다.

이외 희림 최대주주이자 수장인 정영균 대표가 6월 초 3일에 걸쳐 372만여주 중 총 36만3205주를 장내매도했다. 주당 처분 단가는 1만1000원 안팎의 고점으로 정 대표는 약 40억원의 현금을 거머쥐었다. 정 대표의 주식 처분을 기점으로 6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며 이 기간 약 20%나 빠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주주나 오너는 주가가 하락하면 다시 주식을 매입해 지분율을 유지하면 된다"며 "내부자의 대량 매도는 주가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고 그 피해는 테마주 열풍에 올랐던 개인들이 고스란히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우선주만 오르면 조회공시요구 대상 안 돼
거래소는 정치 테마주와 같이 특정 종목이 풍문 등의 이유로 '현저한 시황변동'을 보일 경우 해당 법인에 조회공시 요구를 하고 있다. 거래소 내에서 감시가 필요한 종목으로 적출된 기업 등에 대해서다. 요구를 받은 기업은 통상 1거래일 안에 '당사는 특정 정치인과 관계가 없다'는 등의 답변을 내놔야 한다.

하지만 보통주가 아닌 우선주만 급등한 경우엔 거래소 시스템에 적출조차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출이 먼저 이뤄져야 추후 추가 조사를 통해 조회공시 요구 여부가 결정되는데 우선주는 제외된 것이다.

실제 꾸준히 '윤석열 테마주'로 분류됐던 노루홀딩스와 노루페인트, 크라운제과 등은 거래소의 조회공시요구를 받지 않았다. 수요가 몰린 우선주만 2~4거래일 연속 급등하고 보통주는 그 만큼의 급등세를 보이지 않자 적출되지 못한 것이다.

노루기업 주가는 노루페인트가 윤 전 총장의 부인 김건희 코비나컨텐츠 대표를 후원했단 사실이 알려지면서 테마주에 편입됐다. 지난 4월 말부터 6월 초까지 약 40여일간 노루홀딩스우와 노루페인트우는 각각 9번, 6번이나 상한가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 4월 28일부터 5월 6일까지 6거래일간 총 4번이나 상한가에 올랐던 노루홀딩스우의 이 기간 주가상승률은 238%에 이른다.

거래소 관계자는 "우선주는 보통주가 적출되면 같이 볼 수 있게 되어 있다"며 "우선주 자체로는 적출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보통주와 우선주가 어쨌든 한 회사기 때문에 각각 기재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면서 "우선주를 비롯한 단기과열종목에 대해 투자주의·경고·위험 등 시장경보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시장경보제도와 함께 보다 적극적인 공시요구 역시 필요하단 지적도 나온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해명공시가 결정적이지 않더라도 기업이 명확하게 제때제때 공시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처럼 우선주만 차별적으로 급등하는 일이 반복된다면 우선주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jo@fnnews.com 조윤진 김민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