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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보존에는 서울이 최적"… 유치 열 올리던 지방 반발 [서울에 짓는 '이건희 기증관']

장르·시대·지역 구분없는
융복합형 전시관으로 운영
"분산 관리땐 기증자 철학 희석"
향후 주요작품 상시 순회전시
황희 "지역 문화갈증 해소"

"연구·보존에는 서울이 최적"… 유치 열 올리던 지방 반발 [서울에 짓는 '이건희 기증관']
문화체육관광부가 7일 '이건희 기증관' 건립 후보지로 서울 용산과 송현동 등 2곳을 최종 선정해 발표했다.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인근 부지(왼쪽 사진)와 종로구 송현동 부지. 뉴스1
"가장 중요한 것은 연구·조사와 보존·관리다. 국민의 향유권을 고려했을 때도 '이건희 기증관'을 서울에 세우는 게 낫다는 입장이다. 지역의 문화에 대한 갈증은 향후 상설 순회전으로 효과를 낼 수 있다."

'이건희 컬렉션' 향방의 큰 틀이 정해졌다. 문화체육관광부는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가 기증 이건희 소장품 활용방안'을 발표하고 '이건희 기증관' 후보지로 서울 송현동과 용산 등 두 곳을 선정했다.

■장르·시대 넘나드는 융복합 전시관

정부는 이건희 기증품의 활용 기본원칙으로 △국민의 문화향유 기회 확대를 위한 국가기증의 취지 존중과 기증의 가치 확산 △문화적 융복합성에 기초한 창의성 구현 △전문인력 및 국내외 박물관과의 협력 확장성 △문화적·산업적 가치 창출을 통한 문화강국 이미지 강화 등 4가지를 내세웠다.

황희 문체부 장관은 "'우리 문화재와 미술품에 대한 사랑의 뜻을 국민과 함께 나눴으면 한다'는 고인의 뜻을 고려해 방대한 기증품에 대한 국가적인 조사와 연구를 추진하고, 기증품의 역사적·예술적 가치와 의미를 규명해 나갈 계획"이라며 "문화적 융복합, 시대·분야 교차에 기초한 창의성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시기임을 고려해 통합적 관리·조사·연구 시스템을 구축하고 기증품의 융복합적 가치를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새롭게 건립될 '이건희 기증관'은 동양과 서양, 고대와 근현대 작품의 시대와 지역성을 넘나드는 융복합형 전시관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황 장관은 "기증품이 분산 관리될 경우 기증자의 철학이 희석될 수 있기 때문에 하나로 모아 전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번 계획을 수립한 국가기증 이건희 소장품 활용위원회의 위원장인 김영나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연구와 보존·관리였다. 기증품은 유화와 석물, 도자 등 다양하게 구성돼 있는데 이를 보존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의 경험과 인력이 필요하기에 기증관이 서울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두번째는 접근성인데 많은 이들이 지나며 전시를 쉽게 볼 수 있는 장소로서 서울 송현동이 더 장점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수증된 이건희 컬렉션 작품들은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이 정밀조사와 등록을 진행 중이다.

■성난 지자체 "공모도 없이 확정"

한편 지난 3개월 동안 전국 30여곳의 지자체장이 이건희 기증관 유치 의사를 밝혔음에도 공모를 진행하지 않고 서울로 선정한 것에 대해 부산, 대구, 세종시 등 이건희 기증관 유치에 총력을 기울였던 지자체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문체부 발표 직후 자신의 SNS에 "이번 결정은 한마디로 한국의 관료행정이 얼마나 서울 중심주의와 수도권 일극주의에 물들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안"이라며 "비수도권 국민도 수도권 수준의 문화·예술을 향유할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권영진 대구시장도 "향후 유치를 신청했던 다른 지자체들과 연대해 문체부의 부당한 입지선정에 공동으로 대응하겠다"며 "지난 6월 영남권 5개 자치단체장이 합의하고 요구한 대로 비수도권을 대상으로 공정한 절차에 따라 대상지를 다시 선정해 달라"고 주장했다.

황 장관은 "공모를 진행하면 전국 지자체의 행정력이나 비용의 낭비가 발생한다"며 "지역의 발전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국익이며, 서울 내에 기증관을 건립해 관리하는 것이 더 큰 시너지를 이끌어낸다는 결론이 나왔다"며 "이건희 기증관 건립에 있어서 건축비는 들이지만 부지비용은 한푼도 들이지 않겠다는 것이 기본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건희 컬렉션에 대한 연구조사가 마무리되면 지역의 문화향유를 위해 주요 작품을 상시 순회전시하는 방안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