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심에 빠진 금융당국
은행 퇴직연금 수익률 저조하자
포트폴리오 다양화 방안 모색
신한銀, 추진하다 논란되자 보류
상장지수펀드(ETF) 실시간 매매 허용 여부를 둘러싸고 은행사와 증권사 간의 공방이 치열한 가운데 신한은행이 최근 ETF 실시간 매매에 나섰다가 금융당국의 제지를 받고 중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지난 6월 서울 강남의 한 자산관리(WM)센터 VIP 고객들에게 6월 23일부터 퇴직연금 운용상품에 ETF를 포함시키고 실시간 매매에 나서겠다는 안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은행사의 ETF 실시간 매매 허용 여부를 둘러싼 금융위원회의 검토가 채 끝나지 않았단 점이다.
앞서 KB국민은행은 지난 3월 은행사가 ETF 실시간 매매 서비스를 제공해도 법적 문제가 없는지 확인해달라며 비조치의견서를 금융위에 제출했다. 비조치의견서는 금융사가 특정 행위에 대해 금융당국에 사전 심사를 청구하고 답변을 받아 법적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제도다.
금융위가 결론을 내기도 전에 신한은행이 먼저 ETF 매매 서비스 확대에 나선 것이다.
다만 신한은행이 해당 서비스 출시를 잠정 보류하면서 실제 판매까지 이어지진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사전에 금융위가 인지를 하고 위원회에서 중단을 시켰다"며 "판매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ETF 관련해서 기존 개인형 퇴직연금(IRP) 고객들의 수요가 있어 내부적으로 준비를 했었던 건 맞다"며 "내부 검토사항이 있어 잠정 보류했다"고 밝혔다.
은행사들이 ETF 실시간 매매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배경엔 저조한 퇴직연금 수익률 속 '자산 이동 러시'가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사들의 IRP 평균 수익률은 2.98%, 증권사의 평균 수익률 6.17%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에 연금자산은 예·적금에서 투자상품으로 이동했다. 삼성증권 은퇴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 및 보험사 연금계좌에서 증권사로 이동한 잔고 규모는 1조1358억원에 달했다.
이처럼 '투자 열풍'을 타고 ETF의 인기도 높아졌지만 국내 주요 은행 중 확정기여형(DC)이나 IRP 운용상품에서 ETF를 선택할 수 있는 곳은 없다.
ETF 매매는 일부 신탁상품을 통해서만 이뤄지고 이때도 실시간이 아닌 5초가량의 지연매매나 종가매매 방식이 차용된다.
은행업계가 '은행 IRP 계좌로도 ETF 투자를 가능케 해달라'고 나서는 이유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객들의 니즈(needs)에 따라 판매처 역할을 하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를 지주사 밑에 둔 은행의 경우 해당 증권사 시스템과의 연계를 통해 실시간 매매를 하겠단 것이다.
이에 대해 증권업계는 '명백한 업권 침해'라는 입장이다. ETF는 한국거래소에 상장돼 주식처럼 거래되는 상품인 만큼 증권사의 고유 업무인 위탁중개업을 침해하는 행위란 것이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ETF도 주식처럼 원금 손실 우려가 있는 상품"이라며 "은행이 증권사 시스템을 사이에 두고 한다 해도 실질적인 투자중개매매"라고 지적했다.
권용수 삼성증권 은퇴연구소 소장은 "투자상품을 향한 수요가 커지고 있는 만큼 은행사가 왜 ETF 매매 확대에 나섰는지는 이해가 되지만 국내 금융업법이 금융을 은행과 보험, 증권으로 엄격하게 나눈 취지를 따져보면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는 조만간 비조치의견서에 대한 답변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투업계와의 제휴나 반대 문제도 있어서 아직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jo@fnnews.com 조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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