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 "토지 13% 가진 사람들
과반수 동의만으로 사업 진행"
SH공사, 추가 동의 확보 나서
최조홍 흑석2구역 비상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이 12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재개발 반대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동호 기자
공공재개발을 추진 중인 서울 동작구 흑석2구역이 '민민 갈등'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상가 소유주들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역해제를 주장하며 서울시청에 진정서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절반도 안되는 토지 소유자의 동의율을 가지고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헌법에 명시된 기본권인 '사유재산권' 침탈을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SH공사는 "상가 소유주들의 보상을 위해 서울시와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상가 소유주들이 주축이 된 '흑석2구역 공공개발 반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12일 오전 10시 서울시청 본관 정문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41명이 연대 서명한 진정서를 서울시에 제출했다. 이들은 "서울시와 SH공사가 지주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대한민국 헌법에 명시된 기본권인 사유재산권 침탈을 시도하고 있다"며 "서민들의 삶의 터전을 빼앗고 대다수 지주의 재산권 침탈을 획책하며 졸속 추진되는 공공재개발 사업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흑석2구역은 지난 2일 조합설립추진위원회가 동작구청에 공공재개발 사업시행자(공사단독시행) 지정동의서와 주민대표회의 구성동의서를 제출한 상태다. SH공사는 주민대표회의가 구성되는 대로 내달 이사회에서 협약을 체결한 뒤 주민 의견을 반영해 정비계획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를 토대로 빠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초에는 시공사 선정을 한다는 계획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재개발 사업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제35조에 의해 토지 소유자 4분의 3 이상 및 토지 면적의 2분의 1 이상의 토지 소유자의 동의가 필요하다"며 "그런데 추진위는 공공재개발의 근거인 도시재정비촉진을 위한 특별법 제15조를 적용해 면적요건 없이 토지 등 소유자 과반수의 동의 만으로 SH공사를 사업자로 지정해 사업을 진행하려고 한다"고 반발했다.
흑석2구역 토지면적 3만1107㎡ 중 4079㎡(13.1%)를 가진 사람들이 다수결이란 이름을 내걸고 상가소유주를 몰아내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SH공사 관계자는 "기존 도정법에서도 3년 동안 추진위가 조합을 설립하지 못하면 직권으로 공공시행자를 선정할 수 있게 돼있다"며 "흑석2구역은 동의 없이도 지정할 수 있는 요건을 갖췄지만, 사업 추진동력을 높일 수 있도록 동의를 더 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비대위가 "다른 곳에 주택을 소유하며 종사하고 있는 상가소유자들에게 아파트를 제공하면 1가구 2주택자가 돼 세금적인 측면에서도 피해를 본다"는 주장에 대해 SH공사는 "상가를 분양받으면 다주택 문제를 피할 수 있다"고 답했다.
SH공사 관계자는 "상가를 받으면 2주택은 피할 수 있지만, 주택이 더 비싸서 중소형 상가주들은 주택을 받으려 중립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업성을 높여 조합원 분양가를 낮추고, 영업손실 보상 범위를 확대하기 위해 서울시와 대책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SH공사의 노력에도 공공재개발과 관련한 진통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단독 대형상가를 가진 소유자들은 주상복합 내 상가를 분양받으면 경제적 손실이 불가피해 거부감이 많다"며 "토지 소유자들의 재산권을 공산주의식으로 박탈하려 한다면 제2의 용산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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