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단 잇단 확진 30경기 연기
1982년 프로야구 출범후 처음
8월9일 도쿄올림픽 이후 재개
KBO, 팬심·타구단 반발 외면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지난 12일 긴급 이사회를 통해 리그 중단을 결정했다. 13일 오전 대전 중구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방역 관계자가 야구장 시설을 방역하고 있다. 뉴스1
40년간 쉼 없이 달려온 프로야구 열차가 멈춰섰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지난 12일 긴급이사회를 열고 13일부터 18일까지 예정된 30경기를 추후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1982년 출범한 한국 프로야구가 시즌 도중 예정에 없던 일로 장기간 중단되긴 처음이다.
이 같은 사태가 발생한 이유는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 선수단 가운데 코로나19 확진자가 5명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프로야구는 도쿄올림픽을 끝낸 8월 9일까지 긴 방학에 돌입하게 됐다.
이번 결정을 지켜보면서 야구팬의 한 사람으로 석연치 않은 마음이 들었다. KBO는 결정을 내리기에 앞서 야구팬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려 보았을까. 구단들의 이해득실만 따져본 후 내린 결정이 아닐까라는 의문이다.
KBO는 올 시즌 전 '특정 구단에 확진자가 발생해도 인원수와 상관없이 대체 선수를 투입해 리그를 진행한다'는 매뉴얼을 마련했다. 지난해 초유의 팬데믹 사태를 경험한 후 내린 결론이었다. 이에 따르면 NC와 두산은 확진자를 대신해 2군 선수를 투입하고 경기를 치러야 했다.
그러나 이런 원칙은 지켜지지 않았다. 시즌 초반 부진을 털고 최근 6연승의 호조를 보이고 있는 KIA와 새롭게 리그에 합류한 SSG, 롯데 등 몇몇 구단은 리그 중단에 강력히 반대했다.
이럴 바엔 왜 매뉴얼을 만들었는지, 그것을 무시하고 NC와 두산의 손을 들어준 속사정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두 구단은 리그 중단이라는 막중한 사태에도 불구하고 사과 몇 마디로 어물쩍 넘어갔다.
NC와 두산은 이번 사태를 야기한 패널티를 감내해야 했다. 확진자 5명과 밀접접촉자를 엔트리에서 빼고 그 숫자만큼 2군에서 수혈해 경기를 치르는 게 옳았다. 그래 봤자 올림픽 브레이크까지 6경기씩밖에 남지 않았다.
7월 초 밀접접촉자로 분류된 주전포수 한승택과 김민식 없이 경기를 치러야 했던 KIA와 비교하면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 KIA는 2군에서 급히 포수를 불러올려 어렵게 안방살림을 꾸렸다. 갈수록 포수의 비중이 높아가는 추세로 볼 때 KIA는 내리막길을 걸어야 했다.
하지만 KIA는 도리어 6연승의 호조를 보였다. 1986년 삼성의 16연승 기록도 김시진, 김일융 두 에이스가 부상으로 빠진 상태서 나왔다. 두 투수는 전해 각각 25승씩을 기록했다.
올 프로야구 정규리그는 10월 8일 종료될 예정이었다. 현재 추세면 10월 중순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차가워진 날씨 속에 경기를 지속하면 부상 우려가 높아진다. 물론 팬들이 관람하기에도 불편하다.
봉준호 감독은 얼마전 칸 영화제 개막식에서 "영화는 멈춘 적 없다"고 말했다. 비록 코로나19로 인해 영화산업이 위축되긴 했지만 엔진까지 멈추게 하진 못했다. 영화는 사전 제작되고 OTT(인터넷 동영상 서비스)로도 볼 수 있다. 이에 비해 야구에는 사전 제작이란 없다.
OTT처럼 극장을 대신할 공간도 없다. 오직 야구장에서만 상연 가능하다. 야구팬들은 일주일을 잃어버렸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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