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

해고자도 노조 허용… "노사분쟁 더 잦아질 것" 재계 초긴장 [勞리스크 고조되는 산업계]

<中>
상반기 근로손실일수 전년比 1.5배
올해 60만일 넘어설 것으로 전망
노조법 개정에 勞 강경투쟁 예고
車·조선·택배 등 이미 전운감 돌아

해고자도 노조 허용… "노사분쟁 더 잦아질 것" 재계 초긴장 [勞리스크 고조되는 산업계]
코로나19 장기화와 노사분규 등으로 올해 상반기 근로손실일수가 이미 지난해 상반기 대비 1.5배 증가하는 등 고용노동지표가 급격히 악화됐다. 특히 이달부터 해고자와 실업자 등 비종사자들도 개별 기업 사업장에서 노동조합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이 시행됨에 따라 기업들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올해 근로손실일수 60만일 전망도

19일 고용노동부의 'e-고용노동지표'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6월까지 월별 근로손실일수는 13만2000일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의 8만5000일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근로손실일수란 노사분규가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발생한 사회적 손실을 측정한 지표다. 하루 근로시간인 8시간 이상 조업 중단된 사업장을 대상으로 근로자 1명당 1일 단위로 계산한다.

6월까지 근로손실일수는 지난해와 비교해 4700일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작년 상반기 손실일수 8만5000일의 55%에 해당하는 증가 폭이다. 경영계는 코로나19 때문에 지난해 임금동결 등에 동참했던 노조의 보상심리가 올 초부터 불거지면서 임단협 등으로 예년보다 손실일수가 급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하반기에 가까워지면서 이런 경향이 뚜렷하다. 실제로 고용노동부가 집계한 월별 노사분규 건수는 지난 1월 4건이던 노사분규가 6월에는 9건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재계에서는 노조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사업장 내 분쟁이 잦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극심한 코로나19 상황에서도 파업에 따른 손실이 이전보다 늘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개정 노조법 시행으로 노사분규가 늘어나면 올해 연간 손실일수는 60만일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고 내다봤다. 근로손실일수는 2019년 40만2000일에서 지난해 55만4000일로 급증했다. 완성차 노조의 파업 등에 따른 결과다.

올해도 완성차와 조선업, 택배업계 등을 중심으로 노사갈등이 예고되고 있다. 이미 현대중공업 노조는 전면파업에 돌입했고 한국GM, 현대차 등 완성차 노조가 파업의 군불을 지피고 있다.

■개정안 시행으로 勞 강경투쟁 예고

노조법 개정안은 지난해 12월 정부 입법으로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법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기준에 따라 노동자 단결권 등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는 지난 4월 이들 3개 핵심 협약을 비준했다.

개정 노조법은 실업자와 해고자도 기업별 노조에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에는 근로자만 노조원의 지위를 가질 수 있어서 실업자와 해고자는 산별 노조에는 가입할 수 있었지만, 기업별 노조 가입은 불가능했다. 산업계는 실업자와 해고자의 기업별 노조 가입이 허용되면 노조의 강경 투쟁으로 노사관계가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단체들은 이 같은 우려를 담은 산업계의 의견을 여러 차례 정부에 전달했지만 대부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산업계는 비종사 조합원의 사업장 출입 절차 등을 하위법령 등을 통해 명확히 할 것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기업별 사정에 맞게 노사 간 단체협약 등으로 정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선을 그었다.
경총은 "사용자가 사전에 승인한 경우나 노조 사무실에만 비종사근로자의 출입을 허용해야 하며, 업 운영에 지장을 주거나 지장을 줄 수 있는 조합활동을 하는 경우 해당 사업장에서의 퇴거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경영계는 개정법 시행 초기에는 실업자와 해고자 등의 노조 활동을 둘러싸고 노사갈등이 빚어질 수 가능성이 커 긴장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해고자들은 대부분 비합법적이거나 과격한 노조 활동으로 회사에 물질적인 피해를 줘 징계받은 경우가 많다"며 "이런 배경을 가진 해고자들이 다시 노조활동에 참여한다면 화합이나 소통보다 갈등을 더 촉발시킬 우려가 크다"고 우려했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