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부담에 월세 전환 가속
갱신 늘었지만 2년 뒤가 더 걱정
물량 더 없고 보증금 폭탄 불보듯
"임대인·임차인 모두 고통의 시간"
"신규 전세계약 시 20~30% 오른 보증금 부담 때문에 월세로 전환하는 사례가 확실히 늘었다. 다행히 계약을 갱신한 세입자들은 '2+2년'이 당장은 좋아 보이지만, 2년 뒤에 물량은 더 사라지고 보증금은 오를 게 뻔해 '조삼모사'일 뿐이다."(서울 노원구 A중개소 관계자)
전월세시장 안정화에 기여했다는 정부의 자평에도 최근 1년간 전국 아파트 평균 전셋값이 20% 가까이 폭등하며 임대차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이 집주인, 세입자, 공인중개사 등 시장 주체들로부터 일제히 '악법'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특히 전국 임대차 시장을 주도하는 서울과 수도권, 주요 광역시는 임대차 2법 시행 1년간 전세매물이 반토막난 데다 현재 전셋값 추세라면 2년 뒤에는 계약갱신이 만료되는 세입자들도 대폭 오른 보증금 폭탄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집값보다 더 오른 전셋값
25일 부동산114와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임대차 2법이 시행된 지난 1년간(2020년 7월 17일~2021년 7월 16일) 전국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3억707만원에서 3억7377만원으로 6670만원이 올랐다.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5억2740만원에서 6억3283만원으로 1억543만원이 올랐다. 가격으로 보면 매매가격이 더 많이 올랐지만 가격 변동률로 살펴보면 전세가격은 19.3% 상승, 매매가 상승폭(18.1%)을 웃돌았다.
전국 17개 시도 중에서도 강원도(7.2%)와 광주광역시(4.0%), 제주도(2.4%), 전라남도(1.7%)를 제외한 13개 시도에서 두자릿수 상승률을 보였다. 특히 세종시와 경기도가 24.5%, 대전광역시가 23.7%로 전국 평균인 19.3%를 상회했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임대차2법 1년에 대해 "기존 세입자들이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주거안정을 꾀했다는 점은 순기능"이라면서도 "다만 전세매물 감소, 임대인과 임차인의 갈등 증가, 신규 매물의 가격 급등 등은 부작용으로 꼽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업계에서는 이같이 전셋값이 치솟은 이유로 전세매물 급감을 꼽았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7월 허위매물 관련 처벌 수위를 높인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이 시행되며 매물이 줄어들었다고 해석했지만, 전문가들은 임대차2법을 매물감소의 최대 이유로 꼽았다.
아파트 전문 정보플랫폼 아실 유거상 대표는 "최근 재건축 아파트 분양권 취득을 위한 실거주 2년 요건이 백지화됐지만 양도세와 대출, 분양권 취득 이후 실거주 등 아직 실거주 요건이 너무 많다"며 "임대차2법과 더불어 이런 실거주 규제들 때문에 신규 입주 아파트가 생겨도 신규 전월세 매물이 나오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아실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전국 17개 시도 중 전남, 광주를 제외한 15개 시도의 전세매물이 줄어들었다. 그중에서도 서울은 4만2565건에서 2만482건으로 51.9%로 가장 많이 줄었다. 이 외에도 부산(-44.9%)과 경기(-42.8%)의 매물감소 폭이 두드러졌다.
■누구에게도 환영 못받는 '악법'
현장에서 임대차2법의 현실을 1년간 지켜본 공인중개사들도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은평구 A중개업소 대표는 "정부가 강력히 단속하면 유흥주점이나 음주운전은 단속 시기에 바짝 줄었다가 다시 늘어나지만, 전세매물은 1년째 회복되지 않고 있다"며 "허위매물 단속 영향도 있겠지만 결국 임대차2법 때문에 매물이 줄어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허위매물이 줄어들어도 실질매물이 그대로라면 가격이 이렇게 오르진 않았을 텐데, 실질매물이 줄어들며 가격이 급등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노원구 C중개업소 대표는 "임대차2법을 1년간 겪어보니 임대인은 과도한 이사비용을 주느라 힘들고, 임차인은 집주인이 들어올까봐 불안하고, 중개사들은 가격 올렸다는 오해만 받는 모두에게 악법"이라고 비난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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