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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兆 글로벌 배터리 재활용 시장..'국제표준' 제정 추진

한·미·일·EU '사용후 배터리' 국제표준 추진
성능·안전 평가 기준 주도권 선점 치열
배터리 생태계 갖춘 한국·중국·일본 유리

[파이낸셜뉴스]
600兆 글로벌 배터리 재활용 시장..'국제표준' 제정 추진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 /사진=fnDB
오는 2050년 600조원 규모로 성장이 예상되는 배터리 재활용 시장을 둘러싼 국제표준 선점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일본이 지난해 국제전기표준회의에 국제표준 제정을 제안한 데 이어, 올해 초 한국전지산업협회의 제안으로 한·미·일·유럽연합(EU) 간 관련 협의체가 꾸려지는 등 주요국들이 시장 주도권 잡기에 나서고 있다.

2일 한국전지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 세계이차전지규제포럼(WRBRF)에 '사용후 이차전지 성능평가 협의체'가 구성됐다. WRBRF는 한국·미국·일본·유럽연합의 배터리산업 협회가 18개월마다 여는 포럼이다. 한국의 제안으로 구성된 협의체는 사용후 배터리의 성능·안전 평가의 국제표준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해 국제전기표준회의(IEC)에 사용후 배터리 국제표준을 제안한 바 있다. 전지협회 관계자는 "일본이 ICE에 제안한 국제표준이 정해지려면 3~4년 정도 걸린다"며 "한국 주도로 국제표준을 마련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협의체를 만들자는 제안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표준 경쟁 및 협업이 이제 막 시작되는 초기 단계"라고 덧붙였다.

사용후 배터리는 폐배터리에서 원재료를 추출하는 배터리 재활용(Recycling)과 사용후 배터리를 차량용이 아닌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배터리 재사용(Reuse)으로 나뉜다. 그간 각국 배터리 협회들은 사용후 배터리를 의제로 삼는 것을 강하게 반대해왔다는 게 협회 측 설명이다. 차량에서 나오는 폐배터리에 대한 책임이 배터리 회사에 전가 된다는 우려 탓이었다.

그러다 사용후 배터리가 돈이 된다는 장밋빛 분석이 이어지면서 분위기가 바뀌자 각 국가가 국제표준 선점 경쟁에 나선 것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2030년 20조원에서 2050년 600조원대로 확대될 전망이다. 전기차 배터리 수명은 보통 10년으로 본다. 전기차 시장 규모가 커지는 만큼 매년 사용후 배터리도 쏟아질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다른 국가와 달리 이미 재활용센터 착공에 나선 한국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내년 1월 완공을 목표로 전남 나주에 폐배터리 재활용 센터가 건설 중이다.
연간 1000대 이상의 전기차 사용후 배터리의 시험·평가가 가능한 시설이다.

여기에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삼성SDI 등 글로벌 순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국내 배터리 제조사의 든든한 지원사격이 기대된다는 점도 한국 주도의 국제표준 제정에 호재라는 분석이다.

박재범 포스코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어느 분야든 성능·안전 평가 국제표준을 제정할 땐 발 빠르게 주도권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배터리 재활용은 원료 추출 역량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미 배터리 생태계가 잘 갖춰진 한·중·일 3국이 미국, 유럽보다 유리할 것으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600兆 글로벌 배터리 재활용 시장..'국제표준' 제정 추진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