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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영화 '싱크홀' 스틸. (사진=쇼박스 제공) 2021.08.04 photo@newsis.com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108층 주상복합빌딩 화재를 소재로 한 재난영화 ‘타워’를 연출한 김지훈 감독이 이번에는 새로운 재난, 싱크홀에 주목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내에는 하루 평균 2.6건의 크고 작은 싱크홀이 발생한다.
영화 ‘싱크홀’은 치솟는 집값 때문에 '벼락 거지'가 된 사람들에겐 참 가슴 쓰린 설정의 영화다. 시쳇말로 ‘영끌’해 산 내 집이 땅속으로 꺼진다면 그야말로 억장이 무너질 일이 아닌가.
평범한 가장 동원(김성균)은 결혼 11년 만에 비록 아파트는 아니지만, ‘쓰리룸’ 내 집 마련에 성공한다. 부실공사 흔적이 발견되고, ‘N잡러’인 이웃 만수(차승원)는 조금 신경에 거슬리나 평소 갖고 싶었던 흔들의자를 장만한 동원의 일상은 평화롭다.
하지만 집들이를 한 다음날, 갑자기 5층짜리 빌라 한 동이 통째로 땅속으로 추락한다. 내 집에서 봉변당한 동원부터 “과장님 댁에서 죽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는 회사원 김대리(이광수), 수도권 거주자라 김대리와 함께 택시비 아낀다고 동원네서 하룻밤 잔 인턴 사원 은주(김혜준), 옥상에서 이웃과 대화하다 날벼락 당한 만수, 평소와 달리 PC방을 안가 화를 피하지 못한 만수의 아들 승태(남다름)까지 이들은 과연 암흑천지 땅속에서 살아나갈 수 있을까?
‘싱크홀’은 초반부 다소 타율 낮은 코미디로 우려를 사나 재난발생 이후 몰입도를 끌어올린다. 심각한 상황인데도 코믹한 에너지를 장착한 배우들 덕분에 영화가 무겁지 않고, 땅속이라는 제한된 환경에서도 절벽에 매달린 것 같은 상황과 장마로 물이 차오르는 등 다채로운 스펙터클을 연출, 보는 재미도 더한다.
생활밀착형 유머와 드라마도 재난 상황과 잘 버무려졌다. 우물에 빠져본 적 있다는 은주는 예상치 못한 에너지로 절망적 상황에 힘을 불어넣고, 목숨이 오가는 극적인 상황은 서로 서먹했던 부자 사이를 가깝게 좁힌다. 죽은 아들을 혼자 둘수 없는 노모와 식당일로 바빠 정작 하나뿐인 아들에겐 따뜻한 밥 한그릇 못해줬다는 '가장' 엄마의 굵은 눈물은 보는 이의 마음을 울린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고 빙하기를 통과중인 영화업계를 비롯해 지금 우리사회에 필요한 건 희망이다.
‘싱크홀’은 그 희망을 너무 진지하지 않고 경쾌하면서도 진솔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올여름 ‘필견무비’로 꼽을 만하다.
김지훈 감독은 "인간적이고 희망적인 메시지와 함께 유쾌함을 선사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영화에 유쾌한 유머를 가미하는 것은 도전이었다"며 "재난 자체보다 그 안의 인물들이 하나의 팀을 이루어 재난 속에서 어떻게 빠져나가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연구했다"고 말했다. 11일 개봉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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