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감 207일 만에 광복절 가석방 출소
구치소 앞 지지자·시위대 뒤엉켜 큰 혼란
"국민 여러분께 너무 큰 걱정 끼쳐, 정말 죄송"
"큰 기대 잘 듣고 있어, 열심히 하겠다"
출소 첫 행선지로 삼성전자 서초사옥 택해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으로 실형을 확정받고 복역해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광복절을 앞두고 13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가석방되어 나오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가석방을 반대하는 시위대들이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장민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8·15 광복절 가석방으로 수감 207일 만에 출소한 직후 "국민들께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이 부회장은 첫 행선지로 삼성전자 서초사옥을 찾으며 서둘러 경영 활동에 복귀했다.
이날 오전 10시 5분경 타이를 매지 않은 채 흰 셔츠와 짙은 회색 양복 차림을 하고 홀로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를 빠져나온 이 부회장은 출소 직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국민들에게 90도로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수감 생활 두 달 뒤인 지난 3월 급성 충수염으로 대장절제 응급 수술을 받는 등 오랜 수감과 수술 후유증으로 이 부회장은 부쩍 수척해진 모습이었다.
이 부회장은 "국민 여러분께 너무 큰 걱정을 끼쳤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라며 "저에 대한 걱정, 비난, 우려, 그리고 큰 기대를 잘 듣고 있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재판을 계속 받아야 하는데 취업제한도 됐고, 심경을 부탁드린다'는 질문에는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고, 이어 '경제활성화 대책은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느냐', '반도체와 백신 중 어떤 것이 우선순위냐'는 질문에도 답을 하지 않은 채 미리 준비된 검은색 제네시스 차량을 타고 구치소 현장을 떠났다.
이 부회장은 출소 직후 서울 한남동 자택이 아닌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으로 출근하며 경영 복귀에 시동을 걸었다. 이 부회장은 반도체, 스마트폰 등 주요 사업 현안을 점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구치소 앞은 이 부회장 지지자들과 시위대들이 뒤섞여 큰 혼란을 겪었다. 이 부회장이 출소하기 서너 시간 전부터 보수 유튜버들과 민주노총, 전국금속노조, 청년정의당 등 시민단체·노조·정치권 관계자들이 총집결해 지지 구호를 외치거나 규탄 기자회견에 나섰다. 구치소 앞에는 지지자·시위대들이 내건 "더러운 오명을 벗고 새로운 미래를 향해 가달라", "이재용 석방, 문재인 정부 규탄한다"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있었다.
지지자들은 팻말을 들고 "고생하셨다. 대한민국을 부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시위대들은 "정당한 죗값을 치루라"며 강력 반발했다. 일부 지지자와 시위대들은 기자회견 도중 신경전을 벌이다 몸싸움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현장에 파견된 경찰들이 시위가 격화되자 사이렌을 울리며 수차례 해산 명령을 내렸지만, 혼잡한 상황은 이어졌다.
이 부회장의 출소 예정시간인 오전 10시가 임박하자 경찰이 설치한 폴리스라인 뒤로 자리한 100명 이상의 취재진과 찬성·반대 측 시민들이 빼곡하게 자리해 극심한 혼잡을 빚었다.
일부 시위대들은 이 부회장이 탄 차량을 끝까지 쫓아가며 규탄시위를 이어가기도 했다. 이 부회장 차량이 떠나자 찬성·반대 측은 각자 "세계 초일류 기업을 만들어달라", "문재인 정부 경제발전 정책이 경제사범 석방인가"라는 팻말을 들며 구호를 외쳤다.
앞서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는 지난 9일 이 부회장의 광복절 가석방을 결정했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지난 1월 18일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 수감된 지 207일 만에 출소하는 것이다. 그러나 취업제한, 보호관찰 등에 묶여 정상적인 경영 활동에 제약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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