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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무용가 김보람, 전통속에서 힙의 합을 찾다

현대무용가 김보람, 전통속에서 힙의 합을 찾다
김보람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 예술감독 / 국립현대무용단 제공
독특하고 위트있는 안무에 전세계가 사로잡혔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창궐로 뒤숭숭했던 지난해 봄 발표된 이날치의 노래 '범 내려온다'가 대히트를 칠 수 있었던 것은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가 함께했기 때문이다.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는 이날치와의 협업 이후 최근까지 한국관광공사,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밴드인 콜드플레이,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인 구찌와 협업을 꾸준히 진행해오며 전세계에 자신들의 존재감을 당당히 드러냈다. 사실 이들의 부상은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현대무용가 김보람, 전통속에서 힙의 합을 찾다
김보람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 예술감독 / 국립현대무용단 제공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의 예술감독이자 안무가인 김보람(38)은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2000년부터 2007년까지 엄정화와 이정현 등 유명 가수들과 함께 무대에 서오다 2007년부터 현대무용가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고 국립현대무용단과 프로젝트 공연을 꾸준히 선보여왔다. 이런 그가 또 다시 국립현대무용단 공연 무대에 오른다. 20~22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펼쳐지는 'HIP合(힙합)' 공연에서 그의 오랜 동료이자 선의의 경쟁자인 김설진, 이경은과 함께 신작을 선보인다. 이번 공연은 현대무용에 스트리트 댄스, 국악을 더해 장르간 화합을 모색하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김보람이 이번 공연에서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와 함께 선보이는 신작의 이름은 '춤이나 춤이나(Nothing to)'로 MBC 라디오의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 음원과 합을 맞춘 움직임들을 쏟아낼 예정이다.

현대무용가 김보람, 전통속에서 힙의 합을 찾다
안무가 김보람의 신작 '춤이나 춤이나' 연습 모습 / 국립현대무용단 제공
공연에 앞서 지난 13일 만난 김보람은 "이런저런 컬래버레이션에 참여하느라 신작을 선보이는 것은 2년만인 것 같다"며 "30분 가량의 신작으로 저의 스승인 김기인 서울예대 교수께서 제게 들려주셨던 스님과의 일화를 바탕으로 작업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김보람은 "생전에 스승님이 어떤 유명한 스님을 뵈었는데 그분께 자신이 춤을 춘다고 소개하자 그분이 침을 뱉으면서 '춤이나 춤이나' 말을 했다는 것에서 신작의 제목이 왔다"며 "비판의 말 같지만 깊게 생각해보니 결국 춤의 의미를 되묻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현대무용가 김보람, 전통속에서 힙의 합을 찾다
이날치 정규 1집 '수궁가' 타이틀 곡 '범 내려온다' /사진=fnDB
20대 어린 시절부터 스트리트 댄서로 활약하며 방송 댄서로도 오래 활동해온 김보람은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저의 고등학생 시절엔 힙합이 처음 국내에 들어오면서 길에서 춤추는 댄서들이 많았고 저 역시 힙합을 좋아했다"며 "흑인들이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과 문화가 사람들의 사랑을 받기 시작하면서 힙합이라는 장르가 되었는데 우리에게 있어 힙합은 무엇일까 생각하다 수많은 사람들이 살아오면서 흥얼거리던 우리의 소리가 결국 한국의 힙합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던 중 김보람은 "차를 타고 다니다 라디오에서 우연히 들었던 다양한 소리들에 '우와 이런 소리가 어떻게 다 있지'"하고 감탄하게 됐다. 이윽고 "이 소리에 맞춰 춤추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번 작업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수소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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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광공사 홍보 영상에 출연한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 / 사진=fnDB
방송국과 연락해 담당 PD로부터 받은 음원 2만여곡을 하나하나 들어보면서 13곡을 추려 공연을 위한 트랙을 만들었다. 뽑고 나서 보니 '베틀노래', '물푸는 소리', '멸치잡이 소리', '밭가는소리', '나무꾼 신세타령' 등 노동요가 다수였다. 그는 "처음에 고민했던 부분은 악기가 들어가지 않은 목소리에 의존해서 리듬을 만든 곡을 찾았는데 그러다보니 결국 힘을 받는 소리 '노동요'가 많았던 것 같다"며 "이러한 리듬에 맞춰보니 이번 공연의 안무에도 일하는 듯한 동작이 많이 나온 것 같다"고 덧붙였다.

현대무용가 김보람, 전통속에서 힙의 합을 찾다
콜드플레이 '하이어 파워' 공식 뮤직비디오 / 워너뮤직 제공
반면 이번 공연에서 그의 의상과 안무는 미래적인 감성으로 꾸몄다. 김보람은 "의상은 '우주인'을 콘셉트로 했다. 음악과 춤이 정반대되는 것 같지만 사실은 모든 것이 이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우리가 외계인을 만났을 때 우리를 설명하기 위해 전통적이고 원시적인 것을 드러내는 콘셉트로 했다"며 "저 자체가 우주적인 것을 좋아한다. 콜드플레이의 '하이어파워'에서 선보인 모습은 잘 갖춰진 우주인의 모습이겠지만 이번 공연은 원초적인 우주인의 모습"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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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 '헬로 구찌' 프로젝트 한 장면 / 사진=fnDB
"유명해지기 전과 지금을 비교했을 때 달라진 것은 거의 없다"고 말한 그는 "다만 팬데믹 시기에 무대보다 미디어 앞에 설 일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던 상황에서 달라진 것은 동선과 호흡인 것 같다. 우리의 안무가 다양한 각도로 보여지는데 안무에 있어서도 또 다른 장르를 배우고 학습하는 기분이어서 재밌게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김보람은 "그동안 쉬지 않고 안무 작업을 해서 영감이 고갈되는 기분이 드는 요즘이지만 요새는 연습실에서 마음을 내려놓고 어느 순간 무엇이 나올지를 기다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오늘 내가 무엇을 할지 모른다'는 것이 요즘 가장 큰 영감의 원천이다.
계산하지 않고 바라보며 무용을 만들어가고 있다. 콜라보로 팀의 인지도는 높아졌지만 현대무용을 보러오는 관객들이 많아졌다고 생각되진 않아서 어떻게 더 많은 사람들이 현대무용을 좋아하게 될까를 고민하게 된다. 저희가 유명해지기 보단 많은 사람들이 현대무용을 좋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