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금법 규제에 투자심리 냉각
4대 거래소 가입자 증가율 주춤
바이비트 등 줄줄이 서비스 중단
가상자산 사업자의 정부 신고 기한인 특금법(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유예기간 종료를 30여일 앞두고 국내 가상자산 시세가 해외 가격보다 낮게 형성되는 역(逆)김치프리미엄이 잦아지고, 글로벌 가상자산거래소들은 속속 국내 서비스를 중단하는 등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 이상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각국 정부가 가상자산 관련 정책을 정비하면서 가상자산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자칫 한국 시장만 고립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역김치프리미엄 현상 잦아
18일 가상자산 전문 데이터업체 크립토퀀트에 따르면 7월 이후 역김치프리미엄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통상 해외보다 3%가량 높은 가격에 형성되던 국내 가상자산 시세가 지난 7월 27일 비트코인은 해외 시세보다 0.9%, 이더리움은 0.13% 낮은 역김치프리미엄이 발생하더니 8월 17일까지 6차례나 역김치프리미엄 현상이 빚어졌다. 특히 8월 7일 비트코인 -0.26%, 이더리움 -0.28%를 기록한 이후 열흘 사이에 4차례나 역김치프리미엄이 발생하는 등 빈도도 잦아지고 있다.
한국 가상자산 시장은 국내 개인들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김치프리미엄은 한국 투자자들의 가상자산 투자심리를 진단하는 척도로 쓰이기도 한다. 업계 한 전문가는 "글로벌 시장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44% 이상 급등하는 등 7월 이후 상승장에서 국내 가상자산 시세가 글로벌 시세보다 싸졌다는 것은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상대적으로 냉각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정부의 가상자산 투자에 대한 경고가 잇따르고 '거래소 줄폐쇄 위기설'이 나오는 등 가상자산 투자에 대한 위협이 잇따르면서 투자심리가 냉각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신규 투자자 증가율도 제동
투자자들의 소극적인 행태는 이미 2·4분기부터 감지됐다.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이 4대 가상자산거래소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2·4분기 통계를 보면 월별 신규 가입자 수는 4월 164만9020명에서 5월 59만4677명, 6월 12만965명으로 줄어들었다.
신규 가입자 거래 횟수도 4월 1억49만2937회에서 5월 3066만4834회, 6월 345만7929회로 급격히 낮아졌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7월 하순 이후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이 상승세로 전환했는데도 국내 투자자들은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거래소들은 한국시장 '손절'
투자자들의 투심뿐 아니라 글로벌 대형 기업들도 한국시장을 외면하고 있다. 가상자산 거래량 기준 세계 1위 거래소인 바이낸스는 지난 13일부터 원화 결제와 원화 거래쌍, 한국어 정보제공 등 서비스를 종료했다. 원화로 바로 테더(USDT) 등을 결제할 수 있었던 바이낸스 개인간거래(P2P) 서비스 내 원화 결제옵션도 삭제했다.
네이버 계열사 라인의 글로벌 가상자산거래소 비트프론트도 다음달 중순 한국어 지원서비스를 비롯해 신용카드 원화 결제옵션을 종료하겠다고 공지했다.
비트프론트는 "9월 25일 적용되는 특금법 및 규제당국의 해외 거래소 운영 가이드에 따라 비트프론트는 더 이상 한국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게 됐다"고 한국 서비스 중단 이유를 설명했다.
글로벌 가상자산 파생상품 시장 2위인 파생상품 거래소 FTX 역시 최근 한글 서비스를 삭제했다. 업계에서는 다른 글로벌 거래소들도 잇따라 한국 서비스 중단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bawu@fnnews.com 정영일 김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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