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이제 우리 일상의 조력자로 성큼 다가온 시대. 어쩌면 이 작품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멀지않은 미래의 일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인구는 줄어들고 사람들은 점점 더 외로워지는 시대, 인간들을 돕는 사람을 닮은 휴머노이드 헬퍼 로봇이 오히려 더 인간적이라고 불리는 시대가 찾아온다. 인간과 아무리 닮았다 하더라도 사람들은 로봇과 인간을 구분하고 보이지 않는 경계와 계급이란 당연히 존재한다.
학습된 인간성을 갖고 존재하다 사용자인 사람의 필요와 변심으로 버려진 구식 로봇들이 모여 사는 낡은 아파트. 여기에 헬퍼봇 5 '올리버'와 헬퍼봇 6 '클레어'가 나란히 산다. 옛 주인의 취향을 닮아 아날로그를 좋아하는 올리버는 주인이 언젠가 다시 자신을 찾으러 올거라 믿으며 매일 같은 일과를 반복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언제 주인이 올지, 그 전에 자신의 수명이 끝나버릴지 알 수 없다. 세월이 흐르면서 고장난 자신의 신체 일부를 스스로 수리하기 위해 온라인으로 부품을 주문해왔지만 그 역시 곧 단종될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언젠가 자신에게도 마지막이 올 것을 직감한다.
올리버보다 후속작으로 출시되면서 사회성은 업그레이드 됐지만 내구성이 약하다는 단점을 가진 클레어의 충전기는 벌써 고장이 나기 시작했다. 충전을 받지 못하면 예상치도 못할 때 끝나버릴 자신의 운명, 인생의 끝이 코앞에 왔다는 생각에 아찔하다. 그간 혼자 지내왔던 이들은 이렇게 끝을 직감하는 순간에 자신과 비슷하게 버려진 이웃 로봇으로 조우한다. 그 만남으로 인해 너무도 정확하게 반복되던 서로의 일상에 변화가 시작된다. 유한한 자신들의 삶에 불안을 느끼면서 이들은 각자의 마지막 소망을 이루기 위해 제주로 향한다. 그 과정에서 이들에게 허락되지 않았던 '사랑'이라는 감정을 스스로 학습하게 된다.
남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로봇의 모습은 점점 기계화되고 인간성이 상실되어가고 있는 이 시대에 가장 인간적이다. 무한한 수명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로봇의 삶 역시 그들을 만든 인간과 다르지 않음을 깨달으며 이 시대에 사람과 사람의 사랑은 무엇인지, 인간성의 회복이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끔 한다.
2015년 트라이아웃 공연부터 2016년 초연 공연까지 탄탄한 작품성을 인정받으며 웰메이드 창작뮤지컬의 새로운 대명사로 자리잡은 이 작품은 지난해 뮤지컬의 본고장인 미국에서의 트라이아웃 공연과 일본 라이선스 공연도 성공적으로 마치고 다시 한국 관객들에게 네번째 시즌으로 돌아왔다. 아직까지 이 공연을 접하지 못했다면 지금이 기회다. 우리나라 창작뮤지컬의 희망과 미래를 볼 수 있는 작품이다. 공연은 9월 5일까지 서울 대학로 예스24 스테이지1관.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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