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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해운사 글로벌 신뢰 또 잃나..해수부 "파업 방식 노사 협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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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 파업 가시화에 해운업계 긴장감
국내서만 파업해도 운송 시스템 망가져
해운 운송 대란에 기름 붓는 꼴
정부 "파업 안 가도록 중재에 주력"

[파이낸셜뉴스]
韓해운사 글로벌 신뢰 또 잃나..해수부 "파업 방식 노사 협의해야"
1만6000TEU급 'HMM 누리호' © 뉴스1 /사진=뉴스1
HMM 해운노조가 파업 투표에 돌입하면서 해운업계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파업이 현실화하면 가뜩이나 심각한 물류대란에 기름을 붓는 꼴이어서다.

한진해운 파산으로 한차례 신뢰를 잃었던 한국 해운업계가 다시 한번 글로벌 화주들의 외면을 받을까 하는 우려도 크다. 설상가상으로 글로벌 선사들이 HMM 선원 스카우트에 나서면서 핵심 자원인 항해사, 기관사들의 이탈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반면 정부는 아직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협상 상황 및 파업 진행 상황에 따라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22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해상노조가 파업을 결의할 경우 운항 중인 선박 또는 해외 항구에 기항 중인 선박에 탑승한 선원은 파업이 불가능하지만 국내 항구에 정박했을 때만 파업이 가능하다.

정해진 시간에 항구에 도착해야 하는 '정시성'이 생명인 컨테이너 운송은 항구 한 곳에서만 출발이 지연돼도 이후 운송 일정까지 영향을 끼친다.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야 할 운송 일정이 망가지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韓해운사 글로벌 신뢰 또 잃나..해수부 "파업 방식 노사 협의해야"
(출처=뉴시스/NEWSIS) /사진=뉴시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한진해운 파산으로 한국 선사에 대한 신뢰가 크게 하락했는데, 같은 일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해상노조가 파업 결의 시 글로벌 선사인 MSC로의 단체 이직을 위해 사표를 내겠다고 발표하면서 사태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 글로벌 선사인 MSC는 공격적으로 HMM 선원 채용에 나서고 있다. 2배 이상의 급여와 4개월 승선 계약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HMM 선원의 평균 승선 기간은 10개월이다. 파업에 선원 이탈까지 더해지면 HMM의 운송 시스템이 제 기능을 잃어버릴 가능성이 크다.

HMM 파업은 국내 수출기업에도 타격을 입힐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대외거래 비중이 29.3%(2019년 기준)에 달할 정도로 수출 의존도가 높다. 특히 HMM은 컨테이너선은 약 70척, 벌크선은 약 30척 등을 운영하며 올 상반기에만 261만5076TEU(길이 6m 컨테이너)를 운송했다. 한 달 평균 43만6000TEU를 운반한 셈이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지난 20일 기준 4340.18포인트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상황에서 HMM마저 운항을 멈추면 물류대란은 불가피하다.

韓해운사 글로벌 신뢰 또 잃나..해수부 "파업 방식 노사 협의해야"
부산항 감만부두와 신선대부두에 컨테이너선이 화물을 선적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사진=뉴스1

이같은 운임 상승세 탓에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수출 선박을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HMM은 정부의 '수출입 물류 추가 지원 방안'의 일환으로 지난달부터 미주 노선의 임시선박을 최소 월 2회에서 4회로 늘리는 등 현재까지 총 39척의 임시선박을 투입해 국내 기업의 수출을 지원했다. 정부는 사실상 HMM 임시 선박 투입으로 급한 불을 꺼왔다.

정부는 아직 파업에 따른 대책을 내놓지는 않고 있다. 실제 파업까지는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현재 실질적으로 파업까지 가게 하지 않고 중간에 계속 협상하면서 협상이 될 수 있게 하는 게 목표"라며 "만약 실제 파업이 진행되면 노조에서 어떤 행동지침을 내릴지, 전부 다 들어오는 족족 파업인지, 일부 운항은 열어둘지 여부 등에 상황에 따라 대책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파업 시에도 노사 간 협의해야 할 사항이 많아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두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韓해운사 글로벌 신뢰 또 잃나..해수부 "파업 방식 노사 협의해야"
© 뉴스1 /사진=뉴스1

해운동맹도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다.
HMM은 현재 국제 해운동맹인 '디얼라이언스'에 가입돼 있다. 글로벌 해운사들이 공동항로를 이용해 운영의 효율을 높이는 것으로, 다른 해운사가 영업한 컨테이너도 운반한다. 이 관계자는 "HMM이 얼라이언스 안의 관계있으니 얼라이언스에 들어 있는 다른 회사 배가 들어오는데 HMM 운행 안 하면 얼라이언스 안에서도 문제가 생긴다"며 "파업을 하는 경우에도 노사 간 합의해야 할 사항이 많다"고 전했다.

eco@fnnews.com 안태호 김미정 홍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