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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리스크 덮친 주택시장… 거래 끊기고 전세난 번지나

주담대·전세대출·신용대출 옥죄기에
빌릴 수 있는 한도 줄면서 실수요자도 타격
금리까지 오르면 기존대출 이자부담은 커져
내집마련 미루고 전세로 몰릴 수도

#1 오는 11월 전세계약 만료를 앞두고 이사를 계획했던 김모씨는 최근 우리은행의 전세대출 중단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전셋집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자칫 다른 은행도 전세대출이 막히지 않을까 불안함이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격적인 이사철 직전인데도 예상보다 매물이 없고 가격이 오른 상황에 망연자실하고 있다.

#2 올 가을 내집 마련을 앞두고 집을 알아보러 다니던 박모씨는 고민에 빠졌다. 최근 신용대출의 한도가 축소되면서 가용할 수 있는 예산 중 3000만원 가량이 줄어 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다른 곳에서 돈을 융통하거나 예산을 줄여야하는 상황인데 문제는 며칠 새 매수하려던 집값이 3000만원 더 올라 보류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올 하반기 '대출중단·신용대출축소·금리인상' 등 3대 대출리스크가 부동산 시장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대출 문턱이 높아지고 금리인상 가능성이 유력해지면서 '빚투족'이나 '영끌족'뿐 아니라 실수요자들마저 움츠러들며 전반적인 거래 축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전세시장의 경우 전세대출을 앞당기려는 수요가 몰려 가을 이사철 전세난이 더 가팔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2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농협은행발 대출중단 사태가 빚어지면서 올 가을 매매 잔금을 치러야하는 주택 매수자들의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자칫 다른 은행으로도 대출중단 사태가 확대될 경우 잔금을 치르는데 문제가 생길까봐 염려하며 은행에도 문의가 빗발치는 상황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월요일부터 농협은행처럼 대출이 중단될 가능성이 없는 지 문의하는 전화들이 쏟아지고 있다"면서 "잔금날짜가 세 달이나 남았는데 미리 접수가 가능한지 묻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는 중"이라고 전했다.

현재로서는 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문제없이 접수되는 상황이지만 농협은행의 수요까지 타행으로 몰릴 경우, 타행 역시 대출 총량 소진속도가 빨리질 수 있기 때문에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이같은 대출 불확실성 확대로 하반기 주택 거래량 감소는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자문센터 팀장은 "금리인상은 예상되는 이벤트이기에 당장 부동산시장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겠지만, 대출중단 사태 확대는 거래축소로 이어질 것"이라면서 "상반기도 거래는 없이 가격만 오르는 상황이 보여졌는데 하반기에는 이 기조가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지난해가 역대 최대 거래량을 기록했기 때문에 올해는 대출리스크까지 겹치며 전년 동기대비 거래량 감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대출이 막히기 직전에 막차수요가 몰릴 가능성이 있는데 특히 전세시장의 경우 이로 인해 전세난이 조기에 심화될 가능성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원래도 초저금리였기 때문에 금리인상이 집값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겠지만 은행권의 대출 중단은 무주택자 등 집이 가장 필요한 이들의 내집 마련 시기를 늦추게 할 것"이라면서 "대출 을 옥죄는건 단기적으로는 집값 오르는걸 막는 효과를 보일 수는 있겠으나 일시적인 대책에 불과하며 결국 해법은 중장기적으로 공급을 늘리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aber@fnnews.com 박지영 기자 박지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