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테사 와인메이커 인터뷰 "기후, 메이킹 등 모든 면에서 역대 최고 빈티지"
무겁지 않은 질감에 진한 아로마, 고급스런 산미 일품..영할때도 맛있는 와인
퀸테사 2018 빈티지를 잘토사 부르고뉴 잔에 따라봤다.
퀸테사 2018 빈티지.
[파이낸셜뉴스] 식탁 위를 떠돌아다니는 농축된 아로마 덩어리에 그만 못 참고 잔을 입에 대고야 말았다. 섬세한 아로마로 유명한 퀸테사 와인을 보다 잘 느끼기 위해 부르고뉴 잔에 향을 가뒀지만 몽글몽글 유령처럼 주변을 맴도는 매혹적인 '향수'에 덜컥 걸려든 것이다.
미국 나파밸리 러더포드(Rutherford)의 프리미엄 와인 '퀸테사(Quintessa) 2018'은 그렇게 찾아왔다. 국내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기세가 등등하던 지난 7월9일 퀸테사 와인을 빚는 총 책임자 레베카 와인버그(Rebekah Wineburg)와 에스테이트 디렉터 로드리고 소토(Rodrigo Soto)를 랜선으로 만났다. 2018 빈티지 출시에 앞서 한국을 찾지 못하고 현지에서 줌(Zoom)을 통해 파이낸셜뉴스와 인터뷰를 진행한 것이다.
약속된 시간보다 30분 전, 퀸테사 2018 빈티지 코르크를 먼저 열었다. 잔을 기울이며 진행하는 화상 인터뷰에서 와인이 가장 좋은 상태에서 맛과 향을 느끼고 싶었다. 그래야 보다 신선한 궁금증을 던질 수 있을 것 같아서다.
향이 좋은 와인에 가장 잘 어울린다는 잘토(Zalto)사의 부르고뉴 잔에 옮겨봤다. 잔에 쏟아지는 와인에서 검은색 베리류의 향이 확 퍼진다. 굉장히 집중된 아로마로 주변으로 넓게 퍼진다는 느낌보다는 아주 농축된 아로마 덩어리가 공기와 섞이지 않고 주변을 떠다니는 느낌이다. 그만큼 진한 아로마다. 와인색은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품종을 주로 사용한 탓에 아주 검다. 그렇다고 여느 나파 밸리 와인처럼 찐득한 검은색은 아니다.
퀸테사 2018 빈티지를 따라보면 검은편이지만 질감은 의외로 무겁지 않다.
"와, 잘 익었네. 포도 향이 왜 이렇게 고급스러운거야." 스월링(Swirling)을 하며 잔에 코를 밀어넣자마자 감탄사가 먼저 나온다. 아로마가 워낙 고급스럽고 강해서 다른 향이 가려진 것인지 2차 향은 잘 올라오지 않는다. 그런데 순백의 도화지에 뿌려진 단 한가지 색상, 그 보랏빛이 그렇게 매혹적일 수가 없다.
스월링 하기를 몇 차례…. 결국 인터뷰 시작 10여분을 앞두고 내 인내심은 무너졌다. 그렇게 입속으로 기울여진 와인은 또 한번 나를 놀래켰다. 이미 고급스런 아로마에서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이제 막 수확한 정말 잘 익은 포도송이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는 '프리런' 주스를 접한 느낌이다.
그런데 또 산도가 기가 막히다. 아주 강력하지만 그렇다고 쨍한 산미가 아니다. 모난 끝을 잘 다듬은 신맛이다. 오크 숙성을 마치고 이제 막 병입된 어린 와인이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잘 다스려진 고급스런 산미다. 뒤 이어 약간의 바닐라 터치와 달지않은 초콜릿 향, 시가박스 향, 연필심 향도 과하지 않게 살짝 스쳐간다. 피니시도 아주 좋다. 와인이 입속에서 사라질때쯤부터 적어도 들숨날숨 서너번까지 고급스런 향이 비강으로 계속 올라온다. 좋은 와인이다.
그런데 좀 허전하다. "어라, 그런데 왜 타닌이 하나도 없지?" 코르크를 연지 1시간이 다되어가는데 타닌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도 신기하다.
인터뷰가 다 끝나갈때쯤 와인의 맛이 확 달라졌다. 30분 정도가 더 지나서였다. 아로마의 집중도가 더 강해졌다. 그런데 스펙트럼처럼 구분되던 여러 향들이 한데 뭉쳐져 약간 뭉그러져 들어오는 느낌이다. 타닌도 이제서야 들어오기 시작한다. 잘게 쪼개져 바닥에 곱게 내려앉는 그런 타닌이다. 이제 막 세상 구경하는 와인인데 타닌이 거칠기는 커녕 이슬비같이 섬세한게 참 인상적이다.
퀸테사는 여느 나파밸리 와인과는 결이 분명히 다르다. 두터운 질감에 오크 향이 가득한 속칭 '힘 자랑하는' 그런 와인이 아니다. 오히려 보르도 와인을 닮았다. 복잡한 흙냄새 느낌만 없을 뿐 1차향, 2차향의 스펙트럼이 상당히 넓다는 점에서, 무겁지 않은 산뜻한 질감에서 더욱 그렇다.
"지난 15년 동안 이처럼 훌륭한 빈티지는 없었다. 퀸테사 2018은 최고의 빈티지로 지금까지 우리가 본 가장 세련되고 순수한 와인이다. 기록에 남을 만한 훌륭한 기후조건에 정확하고 완벽한 와인 메이킹까지 더해졌다."
오는 9월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동시에 출시되는 '퀸테사 2018'에 대해 퀸테사 와이너리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까지 출시한 빈티지 중 최고라는 것이다. 포도나무 순이 나오기 시작해 수확을 마칠때까지 기후가 더할나위 없이 좋았고, 발효도 자연 효모로만 진행하는 등 와인을 빚는 과정도 가장 좋았다고 설명했다.
퀸테사 와이너리에게 2018 빈티지는 여러모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퀸테사의 포도밭은 크게 4개 구역(동쪽, 중앙, 서쪽, 벤치 구역)으로 나뉘는데 2018 빈티지부터 이 구역을 100여개의 파셀로 쪼개 각 파셀의 개성을 섬세하게 살려 만든 첫 와인이라는 것이다.
와인메이커 와인버그는 "퀸테사가 30년간 포도를 재배하고 와인을 만들어오면서 같은 구역내에서도 서로 다른 떼루아 구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2018년 빈티지부터 각 파셀별 떼루아의 개성을 살리기 위해 별도의 맞춤형 콘크리트를 설치해 발효와 숙성을 거치고 나중에 블렌딩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보르도 블렌딩 같은 다채로운 맛이 나는 이유다.
퀸테사 포도밭은 각 구역마다 완전히 구분되는 떼루아를 가지고 있다. 동쪽 구역은 백색의 석회질 토양은 포도에 신선하고 섬세한 맛을 부여하며, 중앙의 언덕 구역은 굵은 자갈 형태의 토양으로 검은색 과실류의 진한 맛과 풍부한 아로마를 가진게 특징이다. 또 서쪽 언덕 구간은 붉은 색 토양으로 철분이 풍부해 타르와 미네랄, 담배향의 느낌이 강한 포도를 만든다. 호수 주변의 벤치 구간은 매끈하고 밀도가 높은 점토질로 구성돼 살집 좋은 과육이 생산되고 있다.
퀸테사의 고급스런 산도에 대해 비결을 물었다. 와인버그는 "퀸테사가 위치한 러더포드는 일교차가 큰 곳이어서 특히 산도가 높은 포도가 나온다"며 "또 산 파블로베이의 시원한 바닷바람이 불어와 산도에 또 좋은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퀸테사 와인이 어린 와인임에도 상당히 잘 다스려진 산도와 고급스런 타닌이 인상적이라는 질문에 대해 와인버그는 "대부분의 나파밸리 스타일은 무겁고 블랙 게열의 베리한 느낌과 오크 느낌을 강조하는데 그렇게 만들면 숙성 잠재력이 덜하다"며 "그러나 퀸테사 와인은 보르도같은 클래식한 스트럭처를 추구하고 있어 영할때도 밋있게 먹을 수 있고 장기숙성에도 장점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퀸테사 2018 빈티지는 기후도 수확 컨디션도 발효 과정도 완벽했던 정말 드문 최고의 와인"이라며 "바로 오픈해 마셔도 풍부한 아로마와 보드라운 타닌의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퀸테사 2018 빈티지를 자페라노 보르도 잔에 따라봤다.
kwkim@fnnews.com 김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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