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실 이도경 보좌관 칼럼
[파이낸셜뉴스] 디아블로2가 갓 출시됐을 2000년의 일이다. 워낙 인기가 많았던 탓에, 온라인 서버 접속이 어려웠다. 이 게임을 즐긴 분들이라면 다들 이런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접속 성공을 상징하는 ‘문’이 열리길 하염없이 기다리던 기억 말이다. 그럴 때면 걱정과 함께 설렘, 초조와 기대가 적당히 조합된 기분을 맛보곤 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실 이도경 보좌관
21년이 지난 지금, 게임법 전부개정안 심사를 기다리며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다. 게임법 전부개정안을 발의한 지 벌써 8개월이 지났다. 왜 아직도 심사되지 않고 있느냐는 우려 섞인 질문도 자주 받는다. 그래서 오늘은 게임법 전부개정안이 어느 단계에 와있는지, 법안심사가 왜 늦어지고 있는지 설명해보고자 한다.
먼저 심사단계 설명이다. 전부개정안은 상임위원회의 상정 단계를 지나 법안소위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이렇게만 말하면 막연하게 들릴 것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법안이 발의되고 본회의를 통과하기까지의 단계를 간략하게 구분해보자. 크게는 법안 발의-상임위원회 심사-법제사법위원회 심사-본회의 심사로 구분할 수 있다. 이 중, 전부개정안은 상임위원회 심사단계에 있다. 상임위원회 심사는 다시 전체회의 상정-법안심사소위원회 심사-전체회의 의결 세 단계로 나눌 수 있다. 즉, 게임법 전부개정안은 단계로만 보면 초입 부분에 있는 것이다. 여기까지 들으면 걱정의 한숨이 나올 것이다. 그러나 법안소위 단계가 법안 심사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전부개정안은 그 법안소위를 코앞에 두고 있으니, 지금 심사 단계가 너무 앞부분이 아니냐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정작 걱정하는 이유는 다른데 있다. 법안소위를 앞두고 왜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냐는 것인데,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공청회 순번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여야 문체위 소관의 다른 법안들에 대한 이견으로 심사가 늦어지고 있다.
공청회 관련건부터 말씀드린다. 그러기 위해서는 법안의 종류부터 설명해야 한다. 법안은 크게 제정법안, 전부개정안, 일부개정안으로 구분된다. 제정법안은 말 그대로 여태껏 없었던 새로운 법을 만드는 것이다. 전부개정안은 기존에 있던 법이지만 어떠한 이유로 법의 체계나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바꾼 형태다. 마지막으로 일부개정안은 어떤 법의 몇몇 조항만 개정하여 발의한 유형이다.
이 중 제정법안과 전부개정안을 대상으로는 법안심사시 한 가지 절차가 추가로 필요하다. 국회법상 해당 법안에 대해 공청회를 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전부개정안과 제정법안을 심사할 때는 일부개정안에 비해 훨씬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해당 방면의 전문가들을 진술인으로 불러 이 법안에 대한 의견을 듣고, 질의를 하여 이를 법안 심사시 참고하게 된다.
사실 공청회 단계는 생략이 가능하다. 생략하고 싶다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상임위 교섭단체 간사간 협의가 된다는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그리고 공청회를 생략하면 법안 심사에 걸리는 시간이 단축될 수 있지만, 반면 심사가 부실해질 수 있고 법사위에서 공청회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계류될 우려도 있다. 그렇기 때문인지, 21대 상반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야 간사는 발의된 모든 문체위 소관 제정법안과 전부개정안을 대상으로 공청회를 실시하고, 그 순서는 발의순으로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게임법 공청회는 15번째 순서다. 한참 오래 걸릴 것처럼 보이지만, 여차저차 공청회가 계속 열려 왔다. 이제 게임법보다 먼저 공청회 개최가 필요한 법안은 몇 개 남지 않았다.
여야 문체위 소관의 다른 법안들에 대한 이견으로 심사가 늦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설명드린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법안심사소위원회는 문화 및 예술 분야의 법안을 심사하는 1소위원회와 관광체육 분야의 법안을 심사하는 2소위원회로 나뉘어 있다. 2소위원회는 꽤나 잘 진행되어 왔다. 문제는 1소위다. 일단 문체위 소관으로 발의되는 법안 중 1소위 소관의 법안 수가 2소위 법안보다 많다. 법안 수가 많으니 당연히 2소위보다 심사 속도가 느릴 수 밖에 없다.
법안을 심사하다가 여야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 정회를 한다. 정회하고 간사간 협상을 시도하게 되는데, 타결이 될 때도 있고 실패할 때도 있다. 후자의 경우엔 머리가 아파진다. 정회 시간이 한도 끝도 없이 길어지거나, 다음 회의 전까지 간사간 협의를 이어가기로 하고 산회한다. 심할 때는 법안소위가 아예 열리지 못하는 회기도 왕왕 있다.
이렇게 되면 해당 쟁점 법안 뒤에 심사를 기다리던 나머지 법안들까지 몽땅 심사가 밀리게 된다. 문제는 또 있다. 지금까지 여야간 이견이 컸던 법안들은 거의 다 1소위 법안들이다. 1소위는 2소위에 비해 법안 수도 많은데 쟁점 법안까지 몰리니, 병목현상이 안생길래야 안생길 수 없다.
여기까지 들으면 이러다 아예 심사도 못하고 전부개정안이 폐기되는거 아니냔 불안이 엄습할 것이다. 다행히 그런 걱정은 버리셔도 된다. 게임법 전부개정안만큼 대중으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은 법안은 ‘언제’심사될 지가 관건이지, 심사 자체는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뿐만이 아니다. 전부개정안을 제외하고서도 확률형 아이템 관련 다른 법안이 여러개 발의되어 있다.
이처럼 특정 사안에 대해 여러 건이 발의되어 있는 법안은 심사되지 않을 가능성이 낮다.
9월 1일부터 시작되는 국회 정기회기가 게임법 심사의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다. 디아블로2 배틀넷 서버가 빨리 열리길 기다리던 그 마음으로 게임법 전부개정안 심사의 문이 열리길 고대하고 있겠다.
정리/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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