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시스템 구축 의무화 발의에도
국토부 "국가시설 정보 있어 반대"
업계 "보안에 저촉되는 수준 아냐"
#. 하루에도 전기, 가스 등 다양한 이유로 우리 주변 곳곳에서 수많은 굴착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공사를 진행하는 업체에서 지하에 매설된 통신선로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 통신장애가 발생하는 사례가 빈번히 나타나고 있다. 실제 통신3사 가운데 한곳의 경우 지난 3년간 발생한 대형 통신장애 22건이 굴착공사로 발생했다.
29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굴착공사가 진행되기 전 관련 정보를 통신사에 미리 알려줘 통신장애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차일 피일 미뤄지고 있다. 실제 굴착공사로 인해 발생한 통신장애로 1건당 평균 132건, 최대 500여건의 고객 불만사례가 접수되기도 했다.
일단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7월 지방자치단체가 도로 굴착정보를 공개하는 통합온라인시스템을 구축하도록 의무화하는 도로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하지만 담당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지하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제43조에 근거해 도로점용 굴착·인허가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어 법 개정을 통해 추가로 근거 규정을 만들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개정안이 공개하도록 하는 정보의 범위가 통신·전기·가스 등 국가기반시설에 대한 정보가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반대의견을 냈다.
국토부가 밝힌 도로점용 굴착·인허가시스템은 현재 서울특별시, 인천광역시, 부산광역시, 광주광역시, 경기도 시흥시, 강원도 원주시 등에서 운용하고 있다. 나머지 지자체는 도로과나 건축과에서 관리하는 게시판을 통해 정보를 고시하고 있지만, 고시 주기와 고시하는 정보의 범위가 제각각인 경우가 많다.
통신업계에서는 통신장애를 막기 위해 필요한 정보가 국가보안에 저촉되는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공사의 내용, 기간, 상세주소, 업체명, 업체 연락처, 업체 담당자의 연락처가 필수 정보고 부가적으로 굴착공사 시점·종점, 굴착 폭·길이·깊이 등을 알면 통신장애 위험도를 판단하기 용이하다"면서 "특히 공사의 인허가 내용과 실제 진행하는 일정, 내용이 변경될 수 있어 사전에 담당자와 확인할 수 있는 연락처 정보가 통신장애 예방을 위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굴착공사 정보의 활용·공개가 가장 활발하고 시스템 완성도가 높은 지자체는 서울시로, 공사를 진행하는 업체의 연락처 등 통신업계에서 활용 가능한 수준의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열람도 용이하다.
국회에서도 통신업계와 비슷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9월 국회 국토위 교통법안심사소위에서 송언석 의원은 "특별법상의 지하정보통합체계를 위해서 도로의 점용 허가 및 점용에 따른 안전관리 업무수행상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는 등의 근거를 마련하는 입법이 필요해보인다"면서 "도로점용 인허가 자체, 굴착 공사의 착공·준공 현황이 공개된다고 해서 어떤 안보상 문제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syj@fnnews.com 서영준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