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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퍼링 예고가 부른 불안감…美 경기방어주에 돈 몰렸다

증시 강세에도 코로나 불황 변수
유틸리티·헬스케어 주가 급등
같은기간 S&P500 상승률 웃돌아
이달에만 ETF로 20억弗 유입
"변동성 커질것""과도하다" 팽팽

테이퍼링 예고가 부른 불안감…美 경기방어주에 돈 몰렸다
미국 뉴욕증시에서 유틸리티와 헬스케어 등 '경기방어주'가 약진하고 있다. 경기방어주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도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들은 연일 사상 최고치를 쓰며 고공행진하고 있지만 코로나19 델타변이 확산에 따른 경기둔화 및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우려가 커지며 투자자들이 방어주를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유틸리티·헬스케어, S&P500지수 상승률 상회

3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해 3·4분기(7~9월) 들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업종 가운데 가장 큰 수익률을 기록한 업종은 유틸리티와 헬스케어로 각각 7.8%, 6.6%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S&P500지수 상승률(4.9%)에 비하면 주목할만한 수준이다.

종목별로 살펴보면 신재생 에너지업체인 넥스테라에너지와 의료업체인 다나허 주가가 각각 14%, 19% 오르며 관련 업종 내 가장 큰 상승률을 기록했다.

최재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경기회복세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3·4분기 들어 유틸리티·헬스케어 업종의 성과가 여타 업종을 크게 상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일반적으로 투자자들은 경기상황에 대한 전망이 밝지 않은 경우 경기방어주 스타일에 관심을 가지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코로나19 델타변이 확산에 따른 소비지출 둔화 및 고용지표 회복세 우려 등으로 경기 개선 흐름을 저해하는 요인들이 나오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다. 이같은 우려를 반영해 골드만삭스는 최근 올해 3·4분기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9%에서 5.5%로 하향조정했다. 주요 경제지표의 예상치와 실제치 간 괴리를 측정하는 미 '씨티 서프라이즈 지수' 역시 7월 중순 이후 기준점(0)을 하회하고 있다.

WSJ는 "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미국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이 경기 침체의 전조는 아니지만 경기방어주의 상승세는 광범위한 시장 하락의 전조일 수 있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방어주 ETF에도 '뭉칫돈'

이에 경기방어주 관련 ETF에도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지난 7월 미국 방어주 섹터 ETF에 순유입된 투자자금은 50억달러에 달한다. 이달 들어서도 헬스케어와 유틸리티 업종 ETF로 각각 10억달러의 돈이 쏠렸다.

방어주 섹터 ETF는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36억달러의 순유출을 기록했다가 7월부터 순유입으로 전환됐다.

전문가들은 경기 방어 ETF 추천주로 유틸리티나 필수 소비재 기업에 집중투자하는 'SPDR 유틸리티 ETF(XLU)'와 필수소비주에 투자하는 '컨슈머스테이플스 셀렉트 섹터 SPDR ETF(XLP)'를 꼽았다. 대안으로 변동성이 낮은 종목에 투자하는 저변동성 ETF와 최소변동성 ETF도 주목된다.

저변동성 ETF로는 S&P500 저변동성 지수를 추종하는 '인베스코 S&P500 저변동성 ETF(SPLV)'와 S&P500 고배당 저변동성 주식을 추종하는 '인베스코 S&P500 고배당 저변동성 ETF(SPHD)'가 있다.

최소변동성 ETF로는 블랙록의 '아이셰어즈 MSCI USA 최소 변동성 ETF(USMV)' 등이 꼽힌다.

데이비드 존스 뱅크오브아메리카 연구원은 "그동안 채권 수익률이 너무 낮아 주식 외에는 갈 곳이 없다고 봤지만 하반기에는 주식 수익률이 떨어지고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방어적으로 대응할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반면 방어주 흐름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성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방어주 이익 모멘텀은 성장/민감 대비 열위가 뚜렷하나 방어주 ETF 펀드 흐름은 과거 정책 불확실성이 극심하던 시기나 팬데믹 수준까지 올라왔다"며 "불확실성이 당분간 지속되더라도 현저한 후퇴를 가정한 현재 시장의 방어적 포지셔닝은 다소 과도해보인다"고 지적했다.

손하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포트폴리오 수익률 방어를 위해 성장주와 방어주 바벨전략이 유효한 시점"이라며 "기업이익 상승에 따른 주가 상승 가능성이 여전히 잔존하는 만큼 베타가 높은 성장주와 베타가 낮은 방어주를 같이 편입해 절대수익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