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우리나라에서 1994년 처음 시작해 25년 간 나노 소재를 하고 있습니다. 1등의 가치를 최초의 가치로 바꿔 놓는 게 제 목표입니다.”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에 위치한 본사에서 만난 임형섭 석경에이티 대표(
사진)는 2000년대 초 법인 전환 이후 국내 기업들이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때를 회상하며 이같이 말했다. 해외에서 인정 받으면 국내는 자연스럽게 시장 개척이 이뤄질 것이라는 생각에 2002년 미국 시카고 사무소를 만들고 해외 마케팅을 시작했다.
임 대표는 “미국 처음 마케팅을 시작하면서 우리와 같은 조그만 기업은 니치 시장에서 세계 1등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덴탈 소재를 공략했다”면서 “덴탈은 FDA 승인이 얽혀있어 한 번 들어가면 70년 동안 재료가 바뀌지 않는다”고 말했다.
2014년 10월에 일본 법인을 만들었다. 당시 일본의 소재 관련 연구개발 비용이 국내 대비 10배 이상 많았던 시절이다. 소재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인 일본에서 큐라레이, 코스모스 등의 기업에 석경에이티의 제품을 납품하게 된 것이다.
임대표는 “지난해 기준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달할 정도로 해외 매출이 더 크다”면서 “해외에서 좋은 결과를 보여주자 국내 기업도 하나 둘씩 찾기 시작해 현재는 삼성전자, LG전자, 이랜드 등 20개국 84개 고객사에 소재를 공급하고 있다”고 전했다.
임 대표는 1982년 한양대 무기재료공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전관(현 삼성SDI) 개발팀에 몸담은 소재 전문가다. 임 대표는 1994년 12월 회사를 창업했을 당시 일본은 이미 1990년대 초부터 서브 마이크론 시장에서 선두를 치고 나갔다.
그는 “마이크론, 서브 마이크론 시장에서는 경쟁이 어렵다는 생각에 나노 소재 시장이 최초로 나오는 상황에 나노에서 자리매김하는 것이 회사 성장에 필요하다는 생각에 나노를 성장 동력으로 삼았다”면서 “나노가 그래핀, CNP, 나노 초 미립자 등 시장이 다양한데 이 중 초 미립자 분말 시장에 뛰어들기로 작정하고 25년 전부터 원천 기술 개발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석경에이티는 나노입자의 크기 및 입자 형상 제어, 분산, 표면처리, 원료 고순도 정제 부문에서 핵심 기반 기술을 바탕으로 첨단 소재의 국산화와 글로벌 진출에 힘쓰고 있다. 주요 매출은 치과 수복용 필러 및 임플란트 소재 등을 공급하는 바이오·헬스케어 분야에서 올리고 있다. 화장품 소재, 프린터용 토너 외첨제도 개발·공급하고 있다.
임 대표는 “나노 소재의 98%는 원광, 백운석 등 중국산 광물에서 가져와 고순도화를 통해 확보한다”면서 “한마디로 더러운 것을 사다가 깨끗하게 만들어서 비싸게 파는 정제 기술로, 입자를 만들 때 입자 형상과 크기를 마음대로 제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석경에이티가 기대되는 부분은 향후 5G·6G가 본격화 될 경우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소재에 대해 일본에서 2개의 특허를 냈기 때문이다. 현재 5G· 밀리미터파(mmWAVE) 기판소재용 중공실리카의 경우 일본 파나소닉 등과 논의가 진행 중이며 계약이 완료되면 2038년까지 석경에이티 제품만 사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임 대표는 “5G·6G의 핵심이 고속도로에 저항이 없도록 치우고 대용량 정보가 고속 빠져나갈 수 있는 것인데, 이러한 저유전율(Low-Dk)·저유전손실(Low-Df) 성능계수를 가진 소재 개발에 성공했다”면서 “일본 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1건의 특허를 진행하고 있어 내년부터 본격적인 상용화를 시작되면 2023년에는 관련 매출을 30억원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화장품 시장에서도 신규 매출이 발생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크다.
세계 최초로 화장품 파우더가 뭉쳐지는 것을 방지하는 기술을 만들어 현재 로레알, 시세이도 등 글로벌 기업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기존 화장품은 파우더의 응집력 때문에 여성들이 화장을 할 때 화장이 뭉치는 불편함이 컸지만 이 소재가 들어가면 화장이 뭉치는 일이 없어진다.
임 대표는 “화장품 시장이 25조원, 재료 시장 6000억~8000억원 수준인데 올해 가을부터 화장품 소재 관련 물량이 300톤 정도 나가게 된다”면서 “이는 매출액 기준 150억원, 영업이익 80억원 정도로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매출에 잡힐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kmk@fnnews.com 김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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