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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국가의 미래를 위한 어린이 환경보건 연구

[특별기고] 국가의 미래를 위한 어린이 환경보건 연구
"어린이는 작은 어른이 아니다."

어린이는 단순히 몸의 크기가 성인보다 작은 것을 의미하지 않으므로 어린이 건강의 보호와 관리를 위해서는 어린이의 고유한 특성을 고려해야 함을 강조한 말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어린이의 외부 공기 인체 유입비가 어른보다 체중당 2.3배 높은 것으로 보고되었는데, 어린이는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 숨을 쉬어도 성인보다 더 많은 유해물질에 노출될 수 있으며 화학물질 배출 능력이 미성숙하고 면역력이 완성되지 않아 환경 유해물질 노출 영향이 더 클 수 있어 건강 위해로 나타날 수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환경성 질환이란 물리적, 화학적, 생물학적 요인 등 환경인자 관련되어 발생하는 건강장애로 정의하고 있다. 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환경성 질환으로 분류되고 있는 자폐스펙트럼장애,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성조숙증의 2019년 건강보험공단 환자 수와 총진료비가 2015년에 비해 모두 증가했으며 2000년대 초부터 알레르기 질환 유병률이 증가하고 미세먼지로 인한 환경성 질환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우리는 생활 전반에 걸쳐 많은 종류의 화학제품이 생산되고 이에 노출될 수 있는 환경에서 살고 있다. 화학제품은 우리의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긴 하나 인체에 다양한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특히 임신부, 영유아 등 민감 계층에는 더 큰 건강상 위해를 나타낼 수 있으나 지금까지 화학제품 사용으로 인한 인체 노출과 관련된 건강 영향에 대해서는 면밀한 조사가 미흡한 상황이다.

환경보건법 제15조에서는 유해 환경인자 노출에 민감한 임신부, 어린이 등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평가할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이에 2015년부터 2020년까지 국내 최초로 임신부 7만명이 참여한 국가 어린이 환경보건 출생코호트를 구축해 기초자료를 확보했다. 아울러 2021년도부터는 환경요인으로 인한 태아건강 및 임신결과 영향을 검증하고, 이에 대한 건강보호 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며 향후 성장 발달에 따라 영유아기, 학령 전기, 학령기, 청소년기로 구분하여 환경요인으로부터 건강보호 대책을 제시할 예정이다.


어린이 환경보건 출생코호트 연구는 환경과 어린이 건강 영향 간의 인과관계를 규명하기 위해 대규모 인원을 장기간 조사해야만 한다. 이 연구가 기초자료 확보가 아닌 환경보건 연구의 중심이 되고, 더 나아가 환경 보건정책 구현까지 이어지기 위해서는 청소년까지의 과학적 근거 마련 강화, 위해 소통 강화, 연구의 인프라 고도화, 충분한 예산 확보 등 도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앞으로 어린이 환경보건 출생코호트 연구가 흔들림 없이 진행된다면 환경과 건강 영향 간의 인과관계 파악을 통해 건강상 위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사전예방적 환경보건 대응체계 구축에 중요한 역사가 될 것이다.

하은희 이화여자대학교 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