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중국 부동산 개발기업 헝다그룹 디폴트 위기감이 커진 가운데 국내 금융투자업계는 '중국 정부 주도 구조조정과 정상화'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또 헝다그룹이 파산하더라도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처럼 금융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박수현 KB증권 연구원은 24일 보고서에서 "헝다그룹발(發) 위기가 어떻게 해결될 것인지 단정 지을 수는 없으나 과거 화롱자산관리공사, 하이난항공 등 사례를 참고해보면 정부 주도로 구조조정과 정상화가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런 경우 공동 부유론의 정치적 목표인 △정책 시행의 명분 확보 △국민의 지지기반 강화 △중국 정부의 주도권 확보 세 가지를 모두 누릴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그는 "중국 정부의 경제적인 목적은 성장의 핵심축을 변경하는 것"이라며 "중국 3대 투자 엔진의 우선순위를 제조업, 인프라, 부동산으로 유도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즉 부채 의존도가 높고 성장성이 약화되고 있는 부동산이 아닌 중장기 성장전략에도 부합한 제조업으로 정책지원을 강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허진욱 삼성증권 연구원도 "중국 정부는 헝다 위기를 이용해 금융시장 내 규율을 제고하는 데 목적이 있다"면서 "이는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이 제한적임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헝다그룹 위기가 2008년 리만 브라더스 파산처럼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다만 "문제는 중국정부가 시장규율을 강화하고자 하나, 다른 한편으로는 2022년 최고지도부 구성을 앞두고 헝다 위기를 미봉책으로 대응하면서 금융 시장 불안이 조기에 해소되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고 지적했다. 또 200억 달러로 추산되는 헝다의 해외채권 보유자들은 국내 이해관계자와는 달리 이자지급이나 원금상환 연기 등에서 중국 정부에 협조적이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나이스신용평가도 중국 상업은행들이 헝다그룹의 부도를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송기종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헝다그룹 부도의 직접적인 영향은 은행 부문이 부담할 것"이라며 "중국 상업은행 부문은 헝다그룹 부도의 직접적인 충격을 감내할 수 있는 수준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부동산 시장 및 건설부문으로의 부정적 파급효과는 어느 정도 불가피할 것"이라며 "중국 경제의 경기둔화 속도도 다소 가팔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헝다그룹은 23일 자정(미국 동부시간 기준)으로 예정됐던 달러표시채권의 이자를 지급하지 못했다.
헝다는 2022년 3월만기 달러채권의 이자 8350만달러(약 982억원)과 2025년 9월 만기 위안화채권 이자 2억3200만위안을 이날 지급해야 했다.
회사가 달러채권 이자를 결국 지급하지 못하면서 헝다는 디폴트에 한층 더 가까이 다가선 것으로 평가된다.
채권 계약서 상으로는 이자 지급일로부터 30일 이내까지 디폴트를 낸 것으로 보진 않지만, 회사가 ‘시간 끌기’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또 대만 중시전자보 등은 헝다그룹 전기차업체 헝다자동차가 일부 직원들에게 급여를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헝다차의 직원들은 매달 초 1차 급여를 받고 20일에 2차 급여를 받지만, 중간관리자급 직원들이 9월 2차 급여를 받지 못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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