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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어까지 쓰는 위장경찰, 갓갓들 숨통 죌것” [fn이사람]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최종상 사이버범죄수사과장
디지털 성범죄 수법 나날이 진화
위장수사 법제화로 대응력 세져
보고절차 통해 수사남용도 예방

“은어까지 쓰는 위장경찰, 갓갓들 숨통 죌것” [fn이사람]
최종상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사이범죄수사과장

"상대방이 위장한 경찰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디지털 성범죄 시도자에겐 위협이 될 수 있죠."

최종상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사이범죄수사과장(54·사진)은 한번 온라인상에 유포되면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디지털 성범죄의 특성을 언급하며 선제적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8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24일부터 디지털 범죄에 위장수사를 본격 시행, 디지털 성범죄 근절에 나섰다.

최 과장은 "불법 촬영물과 아동성착취물이 사회적인 문제가 되면서 디지털 성범죄도 사이버범죄 수사의 주된 업무로 다뤄지는 추세"라며 "디지털 성범죄 수법이 진화하고 있는 만큼 경찰의 수사 기법에도 변화가 필요했다"라고 전했다.

지난 2018년 8월 경찰청 사이버수사과장으로 부임한 최 과장은 지난 4년 동안 한자리를 지키면서 축적한 전문성을 기반으로 결실을 맺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도입된 위장수사도 그 결과물 중 하나다.

위장수사가 닷새 전부터 시행되면서 위장 수사관은 이미 온라인상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위장 수사관은 디지털 성범죄에 사용되는 은어와 말투, 행동 등을 사전에 습득한 뒤 투입된다. 경우에 따라 경찰 신분을 숨기거나 위장해서 디지털 성범죄 증거를 수집하고 관련자를 검거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선 상급 경찰관서나 법원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시행 첫날이었던 지난 24일부터 상당수의 시도경찰청이 승인 요청을 했다는 게 최 과장의 설명이다.

최 과장은 "위장수사가 법제화되면서 수사관이 보다 적극적인 수사를 할 수 있게 됐다"라며 "위장수사 과정에서 위법행위를 저질러도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아니면 처벌을 면할 수 있는 면책규정이 도입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상급 경찰관서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통해 수사 효율도 높아졌다"면서 "온라인상 경계가 모호해 벌어지는 중복 수사를 막고, 필요한 수사에는 인적·물적 지원을 집중할 수 있게 된 것도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위장수사가 과도한 함정수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선 내외부 통제가 강화됐다. 신분비공개수사가 끝날 때에는 국가경찰위원회에 즉시 알리고, 반기별로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도 보고해야 하는 등 조치를 한다.

최 과장은 "위장수사의 남용을 막기 위해 제도 설계를 다양하게 한 것"이라며 "그동안 위장수사의 필요성을 두고 공감대가 많이 형성됐지만 남용에 대한 우려도 일정 부분 남아 있었다. 처음 제도화된 만큼 논란의 여지를 최소화하고자 했다"고 부연했다.

최 과장은 디지털 성범죄를 차단하기 위해선 국제 공조가 보다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디지털 성범죄의 대부분이 가상사설망(VPN)이나 해외 IP주소를 통해 벌어지기 때문이다.

최 과장은 "사이버 범죄에는 관할도, 지역적 한계도 없다"라며 "위장수사라는 한 걸음을 이제 막 뗐지만, 디지털 성범죄의 뿌리를 뽑기 위해선 여전히 많은 숙제들이 남아 있다. 앞으로도 많은 제도적 개선과 보안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