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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고종 황제 직속 비밀정보기관의 숨막히는 첩보전

'제국익문사'의 활약 그려낸 첩보물 '손탁 빈관'

[파이낸셜뉴스] 1902년, 통신사인 제국익문사가 만들어졌다. 국내·외에 통신원을 파견했으며 서적 출간도 겸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대한제국 황제 직속의 비밀정보기관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의 실체는 알려지지 않았으며 소속 요원의 이름이 밝혀진 경우도 없다. 뒤집어서 얘기하면 성공적으로 비밀조직을 운영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설 '손탁 빈관'(정명섭 작, 인디페이퍼 펴냄)은 고종 황제가 제2회 만국평화회의에 밀사를 파견해 일본의 침략상을 알리려고 했던 1907년 대한제국이 배경이다. 작가는 손탁 여사가 운영한 손탁 호텔을 무대로 헤이그 밀사 파견과 제국익문사를 엮어 긴장감이 넘칠 수밖에 없는 혼란한 시대를 자연스럽게 그려낸다.

[책소개] 고종 황제 직속 비밀정보기관의 숨막히는 첩보전

제국익문사 최고 요원이 손탁 호텔의 보이가 된 전직 군인을 미끼로 삼아 추격해오는 일본 통감부의 눈을 속이고 헤이그 밀사를 발탁하는 과정이 이 소설의 얼개다. 작가는 군대 해산, 아관파천 등 구한말 벌어진 실제 사실과 인물을 뼈대로 채워지지 않은 빈 역사 공간에 살아 날뛰는 상상력을 덧댄다. 무척 정교하기까지 해서 팩션이라는 가공의 살덩이가 진짜인 것처럼 매끄럽게 느껴진다.

작가가 빈 역사 공간을 자연스럽게 채울 수 있는 것은 그가 소설 작가이기도 하지만 역사 관련 전문 작가로 다진 바탕이 있기 때문이다.

소설 '손탁 빈관'은 출간도 하기 전에 영상화 판권을 사고파는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 E-IP마켓' 공식 선정작으로 뽑혔다. "가상의 스토리가 역사적 사실을 근간으로 정교하고 탁월하게 창조됐다", "역사적 공간 속에 존재하는 가상의 인물에 집중해 스파이물로 풀어낸 발상의 탁월함" 같은 선정평에서 보듯, 역사와 상상력이 잘 버무려진 팩션으로서의 매력이 이 작품에서 진하게 우러난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