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니처’ 도톰 패티에선 불향·야채는 아삭
새콤달콤 ‘코울슬로 치킨’ 매콤 ‘산체스’ 별미
두껍고 담백한 ‘감자튀김’도 빼놓을 수 없어
'세상에 맛없는 버거는 없다. 더 맛있는 버거가 있을 뿐이다.' 햄버거에 대한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햄버거만큼 먹어도 먹어도 물리지 않는 음식을 찾기는 어렵다. 그러나 현실은 '건강을 먼저 생각하라'는 아내의 강압에 굴복하기 일쑤다. 간절히 원하면 길은 열리는 법이다. "아직 나에게는 먹어보지 못한 햄버거 브랜드가 수두룩하다"며 일을 핑계로 이번에는 국내 햄버거계의 떠오르는 신성(新星) '노브랜드 버거(NBB)'를 만나보기로 한다.
신세계푸드가 2019년 선보인 노브랜드 버거는 2년 만에 150호점을 열 정도로 인기다. 가성비가 좋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나의 뜨거운 호기심과 기대에도 매장이 많지 않은 탓에 실물을 영접하지 못했다. 얼마 전에 회사 근처에 매장이 문을 열어 참 다행이다.
■햄버거에 계란 프라이는 반칙
햄버거 하나로는 한 끼를 채우기에 턱없이 부족한 사람이라 두 개를 주문하기로 한다. 이름만 보고 'NBB 시그니처'와 '미트 마니아' 조합을 선택했다. 둘 다 메뉴판에 'BEST'라는 도장이 콱 박혀 있어 '꼭 먹어야 한다'는 의무감마저 생긴다.
어지간해서는 세트로 먹는 사람이 아니지만 첫 만남이라 돈을 좀 더 쓰기로 했다. 그런데 웬걸, 감자튀김 안 먹었으면 정말 후회할 뻔했다. 무엇보다 두께가 아주 실하고, 소금 양념이 거의 없어 담백하다. 아주 살짝 튀겨낸 느낌이다. 집에서는 아무리 맛나게 튀겨도 이 맛이 안 날 거다. 진심 시원한 맥주 한 잔이 간절하게 생각난다.
오늘부터 노브랜드 버거는 '감자튀김 맛집'이다. 단언컨대 노브랜드 버거에서 감자튀김은 무조건 주문하는 게 진리다. 다음에는 감자튀김을 먹을지, 말지는 고민할 일이 없을 성싶다. 500원 추가해서 더 큰 사이즈로 바꿀 것인지가 고민이지.
'시그니처'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한 끼에 10개를 넘게 먹는 선수가 나올 정도로 인기를 끌었던 메뉴다. 포장지를 열어보니 양상추와 토마토, 양파, 치즈, 패티, 치즈가 차곡차곡 쌓여 있다. 사이즈는 크지 않아도 속이 꽉 차서 든든해 보인다.
주문 직후 조리한 덕분에 패티에서는 불향이 나고, 매장에서 직접 손질하는 야채는 아삭함이 아직 살아 있다. 도톰한 패티가 기대 이상으로 부드럽다. 소스로 범벅이 된 게 아니라 온전한 패티의 맛을 즐길 수 있어 더욱 좋다. 치즈가 두 장이나 들어 있는 것도 매력 포인트다. '시그니처'라는 이름에 손색이 없는 맛이다.
'미트 마니아'는 '찐' 햄버거다. 야채 비슷한 거라곤 피클이 전부지만 부족함은 1도 없다. 두 장의 패티와 그 사이에 든 계란 프라이, 스테이크 소스가 이를 커버하고 남을 정도다. 진한 맛의 패티가 행복을 가져다준다. 고기를 선호하는 이들에게 '강력 추천' 들어간다. 반숙인 듯한 계란 프라이의 고소함이 '신의 한 수'다.
■순삭을 부르는 어메이징한 맛
두 번째 도전에는 'NBB 어메이징'과 '코울슬로 치킨'을 골랐다. '맛 여행'의 동반자 아내에게는 '미트 마니아'를 추천했다. 고기를 좋아하고, 양파는 싫어하는 아내에게 딱 어울리는 메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어메이징'은 'BEST' 도장이 전혀 아깝지 않다. 다만, 이름과 달리 놀랄 만한 사이즈는 아니다(개인적인 차이 있음). 이름만 믿고 하나를 주문했더라면 내 위장이 깜놀할 뻔했다.
'누가 뭐래도 음식은 크기보다 맛'이라며 스스로를 안심시킨다. 패티와 치즈가 입안을 가득 채우니 행복감이 밀려온다. 그런데 다음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음미하고, 평가할 새가 없을 정도로 빨리 먹은 때문이다. 정확히 3분4초에 내 손에서 '어메이징'이 사라졌고, 3분48초 만에 내 입에서도 흔적을 감췄다. 그리고 30초쯤 지나자 '미트 마니아'도 아내의 손을 떠났다. 나도, 아내도 "맛있네"라는 짤막한 멘트가 전부다. 마주 보며 헛웃음만 짓는다. "제대로 맛을 보고, 기사를 써야 한다"는 핑계를 내세워 하나 더 주문하러 갔다.
이번에는 아내와 사이좋게 두 햄버거를 반반씩 나누어 먹었다. '시작'과 함께 말이 없어졌다. '어메이징'은 보통의 햄버거와 비교할 때 확실히 고기를 씹는 느낌이 좋다. 아내는 "담백하고 풍미도 한층 깊다"고 한 줄 쓰란다. 맛 표현이 제법 늘었다.
'코울슬로 치킨'의 최대 장점은 다른 곳에서는 맛보기 힘든 메뉴라는 것이다. 여느 치킨버거와 마찬가지로 바삭한 통가슴살에 살짝 간이 된 패티다. 그럼에도 퍽퍽함보다는 촉촉함이 강하다. 양상추와 패티, 코울슬로, 피클 등 내용물은 단출하지만 코울슬로와 피클이 풍성해 새콤달콤한 맛이 배가 된다. 무엇보다 머스터드 소스가 200% 제 역할을 한다. '어메이징'에 '코울슬로 치킨'의 조합은 맛이나 양 모두 칭찬할 만하다.
■산체스와 함께 멕시코의 맛을
'산체스'와 '스리라차 치킨'은 순전히 호기심으로 선택했다. 이름만으로도 멕시코시티의 베니토 후아레스 국제공항, 방콕의 돈므앙 국제공항에 앉아 음식을 기다리는 기분이다.
'산체스'는 멕시코 음식 '타코 살사'와 비슷한 맛이다. 이국적인 맛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만족할 거다. 아보카도를 으깨서 만든 과카몰리 소스와 칠리 소스, 번(빵)과 같은 두께의 패티, 치즈, 양파, 양상추, 토마토. 할라피뇨까지 풍성하게 들었다.
각 내용물의 밸런스가 잘 잡힌 햄버거랄까. 특히 매콤한 소스가 패티의 느끼함을 깨끗하게 지워준다. 그 덕분에 가장 느끼하지 않은 노브랜드 버거로 첫손가락에 꼽을 만하다. 다만, 아보카도는 그 자체로 맛이 강하지 않은 데다 살사 소스의 매콤함에 묻혀버린 것 같아 많이 아쉽다.
'매콤달콤한 스리라차 소스에 바삭한 통가슴살 치킨패티가 어우러진 버거.' 어느 네티즌이 쓴 '스리라차' 후기다. 내가 봐도 제일 적절한 설명이지 싶다. '스리라차'에는 양파나 토마토 대신 양배추가 듬뿍 담겼다. 그래서 '코울슬로 치킨'의 또 다른 버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치킨패티는 역시 부드럽고 촉촉하다.
■어서와, 페퍼로니는 처음이지
"사흘 간의 도전으로는 모두 담아낼 수가 없다"는 핑계로 하루 더 노브랜드 버거와 함께하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선택한 햄버거는 '메가바이트'와 '페퍼로니' 되시겠다.
'메가바이트'는 토마토와 양파는 없고, 양상추뿐이라 허전해 보인다. 하지만 해시브라운이 모자란 자리를 충분히 채워준다. 게다가 소스가 층별로 3종(마요네즈·머스터드·케첩)이나 발라져 있어 맛에는 전혀 빈틈이 없다. "이런 게 바로 내 취향이지."
패티가 두 장(해시브라운·고기)이지만 부담스러울 정도로 두껍지는 않다. 입을 크게 벌리지 않아도 먹는 데는 지장이 없다. 소스가 패티에 잘 배어 바삭함보다는 촉촉한 느낌이 강하다.
피자에 올라간 페퍼로니는 봤어도 햄버거는 처음이다. 양파에 페퍼로니, 치츠, 패티가 전부여서 살짝 실망했으나 맛을 본 후 실망은 곧 기쁨으로 바뀌었다. 햄버거에서 내가 아주아주 좋아하는 피자맛이 난다. 이 조합 은근히 매력이 있다. 짜거나 심심하지 않고, 내용물들이 잘 어울린다. 패티가 두툼한 덕분일 거라 판단한다. 페퍼로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절대 놓칠 수 없는 맛이다.
아차, 'NBB 오리지널'을 빼먹었다.
어딜 가나 '오리지널'이란 단어가 붙은 메뉴는 반드시 먹어봐야 하는 건데 '시그니처'에 꽂혀 그만 잊어버렸다. 아직 경험하지 못한 햄버거와 사이드 메뉴가 몇몇 있다. 최근에 추가된 '갈릭앤갈릭'을 비롯해 '데리마요' '페퍼로니 치아바타' '인절미 치즈볼'의 사진을 보니 벌써부터 침이 고인다. "다음에 꼭 먹고 말 거야."
blue73@fnnews.com 윤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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