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일임형 랩어카운트
직접투자 대안으로 떠올라
계약자산 150조 첫 돌파
올들어 뭉칫돈 18조 유입
투자자도 8만명 넘게 늘어
'알아서 굴려주세요.'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증권사 투자 일임형 자산관리 서비스인 '랩어카운트'에 돈이 몰리고 있다.
1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증권사들의 일임형 랩어카운트 계약자산은 150조9721억원을 기록했다. 2003년 10월 판매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150조원을 돌파했다. 올해 들어서만 18조원이 넘는 뭉칫돈이 유입됐다.
투자자 수도 지난해 말 175만9801명에서 지난 8월 말 184만2861명으로 8만명 넘게 늘었다.
랩 어카운트는 감싸다는 뜻의 '랩(wrap)'과 계좌를 의미하는 '어카운트(account)'를 합친 용어다. 증권사가 포트폴리오 구성과 운용, 투자 자문을 통합 제공하는 자산관리 서비스를 말하는데 고객이 맡긴 자금을 주식·채권·부동산 등 다양한 자산에 맞춤 투자해 수익을 낸다.
랩 어카운트는 2010년 초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 열풍에 힘입어 자문형 랩어카운트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특정 섹터 쏠림 현상으로 2011년 하락장에서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보자 서서히 잊혀졌다.
올해 초부터 랩 상품이 다시 관심을 받기 시작한 이유는 자문형 랩 대신 증권사가 직접 운용하는 일임형 랩이 인기를 끌면서다.
사모펀드가 각종 사고로 논란이 된데다 최근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수익내기 어려운 장이 이어지고 있는 것도 랩 시장 부활에 한 몫했다. 펀드와 달리 소수 종목에 집중투자할 수 있고 언제든지 운용현황을 확인할 수 있다. 개인 맞춤형으로 개인이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직접 운용에 관여할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진입 장벽이 낮아진 것도 투자자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랩은 최소 가입금액이 5000만~1억원대라 자산가들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최근 증권사들은 가입 문턱을 500만대까지 낮췄다.
증권사들의 랩 어카운트 상품 라인업도 다양해지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미국 포춘지에서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점수가 높은 기업을 선정해 투자하는 '증여랩'과 경기재개주를 담은 '힙합랩', 유망 개별 종목을 적립해 나가는 '모으기랩'을 선보였다. 미래에셋증권은 '슈퍼스타 ETF랩'과 '글로벌 X 혁신성장 랩', 삼성증권은 글로벌 주식 구매대행 서비스 성격의 '글로벌 1% 랩어카운트', 신한금융투자는 '신한 SHarp 글로벌 EMP 랩'으로 차별화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최소가입금액 10억원 이상의 HNW(고액자산가)를 위한 '한국투자마이스터패밀리오피스랩(PB)'을 내놨으며 키움증권은 로보어드바이저인 '키우GO'를 활용한 랩 상품에 주력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자본시장의 변화가 빨라지고 투자수요도 다양화되면서 이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랩 시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김정범 미래에셋증권 고객자산운용본부장은 "법인 자금들이 외부위탁운용사업자(OCIO) 시장으로 진출중인데 대부분이 랩 어카운트"라며 "일반 고객들의 국내 및 해외 주식 맞춤형 니즈도 높아질 것으로 보여 랩 어카운트 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랩 상품을 통해 투자할 경우 랩 운용 회사의 신뢰성과 안정성, 운용역의 자질 등에 대해 검토하고 구체적인 일임 범위도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창진 하나금융투자 랩운용팀장은 "해외증권에 투자하는 경우 매매차익에 대하여 양도소득세가 과세되며 연간 250만원까지 기본공제되며 추가분은 22% 분류과세가 가능하다"고 귀띔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