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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간 소리에 매료된 소년, 10년뒤 한국 최고 연주자가 되다

오르가니스트 이민준
올해 8월 스위스 상모리스 콩쿠르 1위
"오르간, 무한정 소리내는 불멸함 가져
사람들에 위로가 되는 연주 하고 싶다"

오르간 소리에 매료된 소년, 10년뒤 한국 최고 연주자가 되다
오르가니스트 이민준
어린시절 성당에서 미사를 드리던 한 소년은 어느날부턴가 성당에서 울려퍼지는 아름다운 음색에 빠져들었다. 성당에 놓여있던 칼 슈케사의 3단짜리 파이프오르간은 소년의 눈과 마음에 가득 들어왔고 10여년 뒤 그를 한국의 오르간 유망주가 되도록 이끌었다.

지난 8월 스위스 상모리스 국제 오르간 콩쿠르 1위는 한국의 오르가니스트 이민준(23)에게 돌아갔다. 올해로 10회째를 맞은 상모리스 국제 오르간 콩쿠르는 오르가니스트 조르쥬 크레이머를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콩쿠르다. 한국인으로서는 처음 우승 타이틀을 거머쥔 이민준은 11일 인터뷰에서 "초등학생 때부터 오르간은 저에게 친숙한 악기였다"며 "초등학교 3학년이었던 10살 때부터 제가 다니던 서울 목5동 성당에서 오르가니스트로 10년 넘게 반주 봉사를 해왔다"고 말했다.

어린시절부터 오르간을 쳐온 이민준은 한국예술종합학교 기악과로 진학하면서 오르간에 더욱 빠져들었다. 한예종 류아라 교수의 오르간 레슨 수업을 통해 바흐의 '프렐류드'와 '푸가 Eb장조 작품번호 552' 등을 배우며 바흐의 오르간 음악에 마음을 빼앗긴 것. 이민준은 "오르간을 공부하게 해준 계기가 작곡가 바흐였고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 역시 바흐"라며 "바흐의 음악은 직설적이면서도 꼬여있는 아이러니함이 있어 하나하나 이를 발견하고 발굴하는 묘미가 있다. 가장 연주하기 어렵기도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끌리고 곡을 연습하면서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고 말했다.

이민준은 이후 학교에서 오르간을 부전공을 선택하게 됐고, 한예종 전문사 과정을 거쳐 지난 4월에는 독일 뤼벡 국립음대로 유학을 떠났다. 이민준은 "해외에 수많은 학교가 있지만 한국의 예술대학 역시 음악을 심도있게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생각해 한예종으로 진학했다"며 "이곳에서 오자경, 박준호 선생님을 만나 오르간의 묘미를 더욱 깊이 알게 됐다"고 했다.

이민준은 "오르간은 피아노와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다"며 "미사와 예배 때 쓰이는 악기로서 영적인 느낌이 있고, 또 많은 음색장치가 있어 오케스트라적인 웅장함을 보여줄 수 있을 뿐 아니라 소리를 무한정으로 지속할 수 있는 불멸함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콩쿠르 우승 이후 이민준의 연주 활동은 더욱 분주해졌다.
지난 7일에는 독일 뤼벡의 야코비 교회에서 바흐의 모테트와 오르간 작품들을 연주했고, 내년에는 독일과 스위스, 프랑스, 이탈리아 등지에서 공연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민준은 "갑자기 독일로 유학을 오면서 학교와 생활, 문화까지 적응하느라 바빴는데 학업을 이어가면서 연주 활동도 계속하고 또 오르간 공부를 마친 후 피아노 공부도 다시 시작할 예정"이라며 "무엇보다 앞으로 더욱 진실한 음악을 연주하는 음악가가 되길 바란다. 스스로 음악을 잃지 않고 (악기로) 노래하며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박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