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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금 동 났는데 "무공해차 늘려라" 친환경차 정책 엇박자 [보조금 소진에 친환경차 급제동]

현대차 10% 보급목표에 6.6% 그쳐
사실상 보조금 고갈에 달성 빨간불
차량 계약 포기까지 나와 ‘판매 절벽’
"애초 현실성 떨어지는 목표치" 지적

보조금 동 났는데 "무공해차 늘려라" 친환경차 정책 엇박자 [보조금 소진에 친환경차 급제동]
올해도 연말을 앞두고 전기차 보조금이 고갈되면서 친환경차 보급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는 지자체보조금이 먼저 바닥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국고보조금이 남아 있더라도 지자체 예산이 소진되면 전기차를 구매할 때 보조금을 아예 지원받지 못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자동차업체들은 반도체 수급난에 일부 숨통이 트이는 연말 생산 확대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었는데, 보조금이 동이 나면서 정부가 올해부터 도입한 무공해차(전기차·수소차) 판매목표 달성도 어려워졌다.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친환경차 보급 정책이 현실과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무공해차 판매달성 한 곳도 없어

14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가 올해부터 도입한 무공해차 판매목표치를 초과달성한 국내 완성차는 단 한 곳도 없다.

앞서 환경부는 국내 판매량이 연평균 2만대 이상인 자동차 판매사들을 대상으로 무공해차 보급목표치를 설정했다. 판매규모별로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는 판매량의 10%를 전기차와 수소차로 팔아야 한다. 한국GM, 르노삼성, 쌍용차, 메르세데스벤츠, BMW, 도요타, 아우디폭스바겐 등 연평균 판매량이 10만대 이하인 업체는 4% 기준을 맞춰야 한다.

올해 9월까지 업체별로 전체 내수 판매량 대비 전기차 및 수소차 비중을 보면 현대차 6.6%, 기아 4.5%, 르노삼성 2.3%, 한국GM 2.2%로 집계됐다. 쌍용차는 국내 무공해차 판매실적이 없다. 아직 3개월분의 실적이 남아 있긴 하지만 전기차 보조금이 사실상 고갈된 상황에서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과 갑작스러운 배터리 리콜 등으로 전기차 판매에 속도를 내지 못한 측면도 있지만 처음부터 정부가 현실성이 떨어지는 목표치를 설정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승용차와 상용차를 포함해 정부가 올해 전기차와 수소차에 책정한 국고보조금은 11만6000대다. 하지만 현대차와 기아의 지난해 국내 판매량이 134만254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두 업체만 보조금 지급규모를 웃도는 13만여대의 무공해차를 팔아야 하는 구조다. 여기에 테슬라 등에 지급되는 보조금까지 고려하면 국내 완성차들이 가져가는 보조금은 더 적다.

특히 한국GM과 르노삼성은 초소형전기차를 제외하면 국내 공장에선 전기차를 생산하지 않고 전량 수입해 판매한다. 의무비율을 맞추기 위해 수입 전기차를 늘려야 할 판이다.

한국GM은 오는 2025년까지 10종의 신형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지만 국내 공장에선 생산하지 않고 전량 수입해 판매키로 했다. 무공해차 보급목표제는 올해는 벌금 등의 제재는 없지만 내년에는 현대차와 기아는 12%, 나머지 업체들은 8%로 비율이 상향된다. 또 2023년부턴 기여금을 물릴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무공해차 보급목표 비율이 계속 상향되는 것만큼 보조금도 반드시 확대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조금 고갈에 전기차 판매 절벽

최근 지자체 전기차 보조금이 고갈되면서 차량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도 일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기차에 대한 주문은 밀려들고 있지만 보조금이 없어 판매를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 전기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는 국고보조금 800만원에 지자체별 보조금을 더해 최대 1700만원을 지원받았다. 5000만원대의 전기차를 3000만원대 후반에 구매하게 되는 셈이어서 보조금 신청 가능 여부가 판매와 직결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비와 지방비 간 '미스매치' 상황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승용 전기차만 살펴보면 정부가 올해 확보한 보조금 물량은 7만5000대 규모지만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에 안내된 각 지자체의 전기차 민간 공고 대수는 6만대 수준에 불과하다. 전기차 보조금은 국고보조금에 지자체보조금이 더해지는 형태다.

cjk@fnnews.com 최종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