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근 '나무와 두 여인'(1962) /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한국을 대표하는 '국민 화가' 박수근. 그가 타계한지 56년만에 이제서야 고목나무에 꽃이 피듯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서 첫 개인전이 열렸다. 우리나라 초·중·고교 미술 교과서에 그의 몇몇 작품은 단골로 실릴만큼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의 작품세계 전체를 조망해 볼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았다.
이번 전시에선 그가 살아오면서 바라봤던 세상과 풍경을 그의 생애 순으로 나눠 소개한다. 일제강점기였던 1914년 강원도 양구에서 태어나 열두살 무렵 밀레의 '만종' 원색 도판을 보고 화가를 꿈꾼 순간부터 한국전쟁 후 월남해 서울 창신동 판자촌에 살면서 가족의 생계를 위해 미군부대 PX에서 싸구려 초상화를 그리던 그의 인생사가 4개의 전시장을 펼쳐진다. 그와 미군 부대에서 함께 일했던 소설가 박완서가 그를 지켜보며 훗날 써내려간 데뷔작 '나목'의 구절은 전시장 벽 곳곳에 새겨졌고 당대 시대상을 렌즈에 담았던 사진가 한영수의 작품도 박수근의 그림과 함께 전시장 벽에 걸렸다.
박수근 '판잣집'(1950년대 후반) /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밀레를 사랑한 소년'이라는 타이틀을 내건 첫번째 전시장에는 보통학교 졸업 후 가세가 기울면서 독학으로 그림을 공부하고 18세에 조선미술전람회에 입선하며 화가로 성장하기까지의 과정을 다뤘다. 박수근이 그림을 공부하기 위해 참고했던 화집, 미술잡지, 그림엽서 등의 자료들은 그가 다양한 미술 정보를 섭렵하며 화풍을 완성하게 된 과정과 박수근 예술의 원천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미군과 전람회'라는 타이틀로 시작되는 두번째 전시장에서는 한국전쟁 이후 폐허가 된 서울에서 그가 용산 미군부대 도서실에서 진행했던 전시와 그의 대표작 '나무와 두 여인'을 조망한다. '창신동 사람들'이라는 제목을 내건 세번째 전시장에서는 그가 전후 정착했던 창신동에서 그려냈던 가족과 이웃, 시장 상인의 모습과 풍경을 담은 작품들이 한영수의 사진과 어우러진다.
박수근 '고목과 여인'(1960년대 전반) /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마지막 전시실의 주제는 '봄을 기다리는 나목'이다. 이 전시실에서는 박수근이 그의 짦은 인생 속에서 추구하고 완성해낸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살펴본다. 그의 그림에서 자주 다뤄졌던 고단한 노동을 하는 여성과 잎사귀를 다 떨군 나목을 통해 헐벗고 추웠던 전후시대를 맨몸으로 버텨냈던 한국인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전시는 내년 3월 1일까지.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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