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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 남은 CB 리픽싱 상향···이달에만 7700억원 막바지 발행

9, 10월 발행규모보다 큰 폭 증가
12월 개정안 시행 시 CB 시장 위축 우려 작용

[파이낸셜뉴스] 전환사채(CB) 전환가액 상향 조정 의무 시행이 불과 보름 남은 가운데, 시장 경색을 우려한 상장사들이 CB를 대거 발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거란 기업 우려가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한편 금융당국은 제도 공백으로 유발됐던 기존 주주들 피해가 경감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16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5일까지 발행된 CB 규모는 776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하이브(4000억원), 켐트로스(200억원), 레인보우로보틱스(180억원), 우리기술(100억원) 등 19개사가 CB 발행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달이 절반 정도 남은 시점에서 앞선 10월(5421억원), 9월(3588억원) 발행규모를 크게 웃돌았다.

이는 전환가액 리픽싱(전화가액 조정) 상향 조치 실행이 가까워오는 데 따른 현상으로 풀이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0월 27일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이 의결돼 12월 1일부터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사모발행 CB에 대해 전환가액 상향조정 의무를 부과한다는 게 개정안 골자다. 전환가액은 채권을 주식으로 바꿀 때 적용하는 가격을 뜻한다.

기존에는 CB 리픽싱 하향 규정만 있었다. 가령 A상장사가 1000원에 주식으로 전환 가능한 CB를 발행한 후 주가가 700원으로 떨어져 전환가액 역시 700원으로 하향한 경우를 들 수 있다. 이후 주가가 도로 1000원을 회복했어도 현 제도하에서는 전환가액 700원을 유지할 수 있다. CB 투자자들은 주당 300원의 시세차익을 누리는 셈이다.

하지만 개정안 시행 시 전환가액을 1000원으로 되돌려야 한다(조정 범위는 최초 전환가액의 70~100%로 제한). 이 경우 CB의 매력도가 떨어지면서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고 만기 때까지 들고 있을 유인이 커지게 된다.

문제는 원리금 상환 여력이 낮은 상장사의 경우 만기 때 사채를 전액 상환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는 점이다. 이에 이달 8000억원 가까운 발행 물량이 쏟아져 나왔고, 12월부터는 주로 코스닥 상장 기업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CB 발행 시장이 냉각되면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이 개정안이 입법예고 됐던 지난 5월 3일부터 이달 15일까지 CB 발행규모는 5조4466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3조2663억원) 대비 66.7%가 늘었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제도의 효과는 예단할 수 없지만 CB 전환가액 상향 조정에 부담을 느끼는 중소기업들이 이달 들어 발행 규모를 늘린 것”이라며 “다만 전환가액을 낮추기 위해 주가를 의도적으로 떨어뜨렸던 일부 세력이 걸러지는 효과는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기존 주주들 불만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선 사례처럼 700원으로 내렸던 주가가 1200원으로 뛸 경우 CB 투자자들은 주식 전환에 따른 500원의 차익을 얻지만 기존 주주들은 물량이 풀린 데 따른 주식가치 희석이란 피해를 입는 경우가 발생해왔기 때문이다. 이에 소액주주들 역시 이번 금융당국의 개정안 시행을 반기는 분위기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 제도 개선으로 CB 시장의 건전성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며 “CB가 최대주주의 편법적 지분 확대나 각종 불공정 거래행위에 악용되는 사례가 억제되고, 기존 주주 지분가치 보호는 강화되는 효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